바람뿐이랴냄비 속 떡국 끓는 소리에도 세월이 간다군불을 지피면장작 불꽃 너머로 푸른 물결 일렁인다

보길도에 사람의 저녁이 깃든다이 저녁평화가 무엇이겠느냐눈 덮인 오두막 위로 늙은 새들이 난다저녁연기는 대숲의 뒤안까지 가득하다

이제 밤이 되면

시간의 물살에 무엇이 온전하다 하겠느냐밤은 소리 없이 깊고

사람만이 아니다어둠 속에서 먼지며 풀씨,눈꽃 송이들 떠돌고어린 닭과 고라니, 사려 깊은 염소도길을 잃고 헤맨다

누가 저 무심한 시간의 길을 알겠느냐더러 길 잃은 별들이눈먼 나에게도 길을 묻고 간다

ⓒ강제윤

기자명 시·사진 강제윤 시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