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에는 섬으로 갔다바람 잔잔한 날에도 섬으로 갔다먹구름이 밀물처럼 몰려오던 날에도 섬으로 갔다실연의 상처가 덧나 심장이 뻥 뚫린 날에도 섬으로 갔다상처에 새살이 차올라 심장이 간질간질하던 날에도 섬으로 갔다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없었던 날에도 섬으로 갔다내가 다시 나를 용서하기로 한 날에도 섬으로 갔다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한 날에도 섬으로 갔다슬픔이 목울대까지 차오른 날에도 섬으로 갔다

기쁨이 물결처럼 너울져오던 날에도 섬으로 갔다속절없이 그리운 날에도 섬으로 갔다

해 다 저문 저녁에도 섬으로 갔다칼바람이 온몸에 칼자국을 내던 겨울 한낮에도 섬으로 갔다한 달 동안이나 아무도 나를 불러주는 이 없던 날에도 섬으로 갔다오갈 데 없는 날에도 섬으로 갔다인생이 나를 저버린 날에도 섬으로 갔다절망의 밑바닥에서 상현달처럼 다시 사랑이 차오르던 날에도 섬으로 갔다

ⓒ강제윤

기자명 시·사진 강제윤 시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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