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다가 ‘툭’ 하고 눈물이 흐른다
  •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 호수 608
  • 승인 2019.05.1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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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의 음악은 우울할 때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기분이 좋을 때 들으면 슬퍼진다. 20대의 감각을 건드리는 매력이다.
열정을 투사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그의 보컬이 좋았다. 목소리를 툭툭 내뱉는데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겼다. 무기력하다는 인상은 들지 않았다. 그보다는 무심함에 가까웠다. 무심함은 곧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법이다. 결여된 무언가가 사람을 매혹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궁금증이 발동해 EP 전체를 싹 찾아 들었다. 곡 제목은 ‘빈야드(Vineyard)’, EP는 〈소녀감성〉, 뮤지션은 우효였다.

‘소녀감성’이라는 타이틀처럼 전체적으로 풋풋했다. 아마추어리즘이 느껴지는 가운데 반짝반짝 재능이 빛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주목할 만한 신예임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소리를 오버하지 않는 선에서 효율적으로 다룰 줄 아는 점이 돋보였다. 이즈음부터였을 것이다. 우효라는 이름이 주변 곳곳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곧 터지겠구나’ 싶었다.

〈소녀감성〉으로부터 1년 뒤인 2015년 첫 정규작 〈어드벤처〉가 세상에 나왔다. 우효는 〈어드벤처〉가 20대 초반의 기억과 감정을 담아낸 앨범이라고 말했다. 곡들은 밝은 듯하면서도 슬프게 들렸고, 외로움을 슬그머니 드러내면서도 조심스럽게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다. 이 음반을 한동안 끼고 살았다. 소리를 곱씹고 가사를 되새김질하면서 듣고 또 들었다. 우울할 때 들으면 기분이 제법 좋아졌고, 기분이 좋을 때 들으면 조금은 슬퍼졌다. 내가 생각하는 우효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이다.
ⓒ문화인 제공우효(아래)는 최근 두 번째 앨범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를 발표했다.

과연, 예상대로였다. 터져버렸다. 역사에 가정은 의미 없지만 지금은 없어진 〈무한도전〉 가요제에 출연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도 해봤다. 스타가 되는 건 이제 시간문제였다. 남은 건 딱 하나였다. ‘죽여주는 싱글’이 필요했다. 그러던 차에 ‘민들레’가 등장한 건 어쩌면 운명이었으리라. 나는 이 곡을 〈어드벤처〉의 수록곡들만큼 반복해서 듣지 않았다. 너무 자주 듣다가 지겨워지지는 않을까 걱정되어서였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오랜만에 다시 듣는 ‘민들레’는 감동적이다. 이 곡은 싱글 버전과 앨범 버전이 따로 존재한다. 혹 들어본 적 없다면 반드시 앨범 버전으로 감상하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이 곡이 2017년 최고의 사랑 노래 중 하나라고 확신한다. 특히 “사랑해요 그대/ 있는 모습 그대로”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후렴구와 그 뒤에 현악이 쭉 밀고 들어오는 순간을 애정한다. 또 앨범 버전의 마지막에서는 현악을 통해 곡의 여운을 더욱 길게 남긴다.

“그래도 괜찮아” 넌지시 던지는 위로

2019년 4월 두 번째 앨범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가 발표됐다. 몽환적인 사운드와 신시사이저 빌드-업으로 인상적인 순간을 길어 올리는 ‘나이브(Naive)’를 시작으로 첫 싱글 ‘테니스’를 거쳐 레게 리듬을 차용한
‘울고있을레게’에 이르기까지, 우효의 음악에는 변함없이 동시대(구체적으로는 20대)의 감각을 ‘툭’ 하고 건드리는 매력이 존재한다. 듣다가 갑자기 ‘툭’ 하고 눈물이 흘렀다는 독후감이 이어지는 이유다.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에서 우효는 섣불리 위로하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아”라고 넌지시 노래할 뿐이다. 그는 세계에 대한 질감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붙들고 더 나아가 그 개인의 감각을 음악이라는 공통어로 표현할 줄 안다. 작가 아즈마 히로키는 일본의 20대가 ‘끝없는 일상이라는 감각’에 빠져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어차피 내 미래가 달라질 건 없는데…’ 싶은, 일종의 무기력증인 셈이다. 한국의 20대라고 해서 별다를 건 없다. 우효의 음악이 공감을 일으키는 이유 역시 어쩌면 이 감각에 가닿기 때문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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