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공사 사장이 제주도를 자랑할 때 언급하는 열 가지와 주말에 제주도에 가는 20대 초반 여성이 제주를 찾는 이유 열 가지를 비교한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몇 개나 겹칠까? 아마 하나도 겹치지 않을 것이다. 젊은 여성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가는 조그만 카페와 파도 소리를 듣기 좋은 해변 그리고 노을이 아름다운 언덕을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여행지는 여행자에 의해 재해석되고 재탄생한다. 우리의 관광정책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스토리텔링을 만든다며 관심도 없는 옛날 옛적 이야기를 꺼내들고 이상한 캐릭터를 만들지만 여행자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스스로 만들어가길 원한다. 그들에게 진짜 필요한 여행 정보는 비슷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전하는, 공감할 수 있는 정보다.

〈무주에 어디 볼 데가 있습니까?〉는 그런 면에서 여행지 소개의 전범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무주가 좋아 무주를 자주 찾는 입담 좋은 친구가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성실함이 돋보이는 책이다. 여행지를 소개하는 저자의 원칙은 단호하다. ‘1년 이상 지내본 도시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고, 한 장소의 사계절을 모두 체험하며, 사진은 보정하지 않는다.’

무주 소개에는 두서가 없었다. 저자가 마음을 주지 않은 장소에는 독자도 마음을 두지 못한다며, 가장 알려주고 싶은 곳부터 안내한다. 처음 소개하는 곳은 설천면 길산리 지전마을의 옛 담장길이다. 비가 올 때, 눈이 내릴 때, 봄날 담장을 수리할 때, 늦가을 감이 익어갈 때, 그렇게 볼 때마다 좋았다는 담장길의 매력을 전한다.

여행서의 승부는 여행에 대한 로망을 심어주느냐 여부인데, 이 책을 읽으면 무주에 대한 ‘소소하지만 확실한 로망’이 생긴다. 올해 무주 산골영화제에 가는 이들은 꼭 챙기기를.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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