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현실이 됐다. 4월21일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가 현역 대통령인 페트로 포로셴코(53)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득표율은 약 73.21%(4월22일 기준, 개표율 99.68%). 우크라이나 중앙선관위가 이달 말쯤 개표 결과를 정식 공표하면 오는 5월 중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다.

젤렌스키는 독특한 이력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화제에 올랐다. 그는 유명 코미디언이자 배우, 프로듀서이자 극작가다. 2015년에 방송된 정치 풍자 드라마 〈국민의 일꾼(Servant of the people)〉이 크게 히트하면서 널리 이름을 알렸다. 이 드라마의 제작자(EP)이자 연출가(PD), 주연배우까지 맡은 젤렌스키는 30대 역사 교사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는 과정을 그려냈다.

ⓒAP Photo

이후 젤렌스키는 신생 정당 ‘국민의 일꾼’을 창당해 본격적으로 정치 일선에 나섰다. 현역 의원은 한 명도 없는 정당의, 정치 경력이 전무한 방송인 출신 후보에게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큰 지지를 보냈다. 그는 유권자들의 기성 정치에 대한 환멸, 신흥 재벌에 대한 염증을 파고들었다. 드라마 속 이미지도 적극 활용했다.

그렇다면 젤렌스키의 당선이 우크라이나 개혁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그의 뒷배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경쟁 후보였던 포로셴코 대통령은 선거 유세 내내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 금융 재벌 이고르 콜로모이스키의 관계를 물고 늘어졌다. 콜로모이스키는 대표적인 우크라이나 금융 재벌이다. 오늘의 젤렌스키를 있게 한 드라마가 콜로모이스키가 소유한 방송 채널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젤렌스키 앞에 놓인 과제는 산더미 같다. 친러시아 성향을 보이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분리주의 세력과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인접 강대국인 러시아는 드러내놓고 새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4월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주민이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하는 절차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현실 정치에서 ‘국민의 일꾼’으로 박수 받을 수 있을까? 진짜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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