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 시사IN 편집국
  • 호수 607
  • 승인 2019.05.09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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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뒤르케임:사회실재론
김덕영 지음, 길 펴냄

“이 책과 더불어 ‘김덕영의 사회학 이론 시리즈’를 시작한다.”


보기 드물게 야심찬 연구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사회학 이론 연구자로 저술과 번역 작업을 왕성하게 펼쳐온 김덕영 교수(독일 카셀 대학)가 ‘제2 창작기’를 스스로 설정하고, 첫 결과물을 펴냈다. 사회학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에밀 뒤르케임 이론서가 1번 타자로 나왔다. 저자는 앞으로 루만, 마르크스, 짐멜, 베버 등등 사회학의 손꼽히는 거장 13명을 다룬 이론서를 20년에 걸쳐 줄줄이 내놓을 계획이다.
1958년생인 저자가 내놓은 서문은 청년의 두근거림까지 느껴진다. “이 시리즈가 지향하는 바는 한국에 ‘사회학 이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완숙기에 접어든 연구자가 한국 사회학계의 토양을 가꾸는 정원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그것도 20년이나!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홍춘욱 지음, 로크미디어 펴냄

“중앙은행에 맞서지 마라!”


승승장구하던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은 어떻게 아편으로 청나라를 몰락시켰을까? 한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애널리스트’ 중 한 명인 저자는 세계사적 사건 뒤에 있었던 돈의 흐름을 규명한다. 예컨대 헤겔에 따르면 ‘세계사적 개인’이며 자타 공인 불세출의 천재인 나폴레옹의 패배는 유럽에서도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던 영국의 선진적 금융 시스템 덕분이다. 저자는 워털루 전투뿐 아니라 ‘18세기부터 서양이 동양보다 잘살게 된 이유’ ‘금본위제의 영향들’ ‘일본의 버블 자산’ ‘한국의 광복 이후 토지개혁 및 외환위기’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한 역사적 사건들의 배경(바로 ‘금융’이다)을 흥미진진하게 설명해준다.



더 마블 맨
밥 배철러 지음, 송근아 옮김, 한국경제신문 펴냄

“그때 그리스·로마 신화가 있었다면 지금은 마블 유니버스가 있다.”


“어차피 그만둘 거라면, 당신이 쓰고 싶은 방식대로 써라. 최악의 상황은 해고인데 이미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지 않느냐”라는 아내의 충고를 받아들인 스탠 리는 20년 동안 관성적으로 그리던 만화가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위험을 감수하고 최대한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에게 부여한 그는 인간의 굴레를 가진 슈퍼히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적 허영심이 가득한 과학자 등 ‘정체를 숨기지 않는 슈퍼히어로’ 넷으로 ‘판타스틱 4’를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만화는 거대한 악마’라고 비난하던 미국 사회에 그는 인간의 얼굴을 한 슈퍼히어로들을 모아 ‘어벤저스’를 구축해 맞섰다. 그리고 반세기 후 그 위력을 우리가 확인하고 있다.



실용 커피 서적
조원진 지음, 따비 펴냄

“무엇인가를 사랑해 취미로 가진다는 것은 약간의 희생과 커다란 절제를 통해 엄청난 기쁨을 얻는 일이다.”’


한 커피 덕후의 반평생 덕질에 관한 이야기다. 커피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커피에 관해 글을 쓰고 끝내 커피 때문에 직업까지 갖게 된, 덕업일치를 이뤄낸 ‘진퉁’ 덕후의 자전적인 기록을 담은 실용 서적이다. 한 대상을 탐닉하고 그 대상을 끝내 사랑한 사람이 섣부른 자만의 시간을 지나 좋아하는 것에 대한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된 과정이 녹아나 있다.
정확히는 ‘덕질 과정에 대한 종합 매뉴얼’에 가깝다. 그게 굳이 커피가 아니어도 된다. 덕질을 온몸으로 체험해본 사람들은 동질감을 느끼는 대목이 많다. 다른 사람들이 가볍게 여기는 디테일이라든가, 그 역사 같은 것들. 저자는 덤덤하게 그것들을 ‘기록하는 사람’이 되겠다 다짐하며 세상 모든 덕질에 연대감을 전한다.



나, 조선소 노동자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기획, 코난북스 펴냄

“큰 사고 날 것을 작은 사고로 줄일 수 있게 자꾸 뭐라도 누구라도 해야 할 것 같아요.”


2017년 5월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크레인 간 충돌 사고가 일어났다. 여섯 명이 사망하고 스물다섯 명이 다쳤다. 현장에서 최소 500여 명이 동료의 죽음을 직접 목격했다. 책은 묻는다. 이날 다친 사람은 정말 스물다섯 명뿐인가.
마창·거제 지역에서 활동하는 산재추방운동연합은 조선소 노동자가 사고를 목격하고 트라우마를 겪는 이야기를 구술기록집으로 묶었다. 부상자이자 유가족인 노동자, 자신 때문에 일자리를 옮겨 사고를 당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노동자 등 아홉 명의 목소리가 담겼다. 이날 출근한 이들의 90%는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사망한 이들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가해자가 없는 사고의 현장에서, 한국 노동의 현주소가 보인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지독하게 위태로운 나의 자궁
애비 노먼 지음, 이은경 옮김, 메멘토 펴냄

“임신하려고 노력하는 중이 아니라면 생리할 필요가 없어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어요.”


자궁 관련 질환에 대한 통념 중 하나가 ‘임신하면 괜찮아진다’라는 말이다. 이 말에는 자궁이 가진 상징을 보존하려는 강력한 메시지가 숨어 있다. 1930년대 초반 미국의 의사 조 빈센트 메이그스는 자궁내막증이 여성이 출산을 너무 늦게까지 미룬 결과라며 여성이 “생리학적으로 유인원과 같다”라고 비하했다. 보스턴 칼리지의 사회학 연구교수인 캐서린 콜러 리스먼은 이처럼 의사들이 아이 없는 여성을 비정상이라 보고 이를 질병으로 간주해 성차별적 규범을 강화해왔다고 설명한다.
침대에서 일어날 수도 없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과 하혈로 학업조차 마칠 수 없었던 저자는, 자신의 질병에서 출발해 여성의 질병을 둘러싼 의학의 오래된 편견과 무능을 추적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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