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별명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명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1978년 개혁·개방 이래, 중국산 제품이 세계를 뒤덮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중국산’은 어떻게 그토록 저렴할까? 흔히 상대적으로 값싼 인건비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인건비 문제만은 아니다. 물건을 만드는 데는 인력도 들지만 자원도 든다. 그렇다면 싼 자원은 어디에서 왔을까?

플라스틱 의자를 떠올려보자. 여름날 실외에 마련된, 앉아서 맥주 마시기 좋은 플라스틱 의자 말이다. 아랫면을 보면 ‘중국산’이라 찍혀 있다. 값은 저렴하다. 의료용 장치가 아니라 야외용 의자이므로, 석유에서 갓 뽑아낸 고급 플라스틱을 쓸 필요가 없다. 재활용된 플라스틱으로도 충분하다.

지난해 미국 조지아 대학 신소재연구소가 발표한 연구 논문 〈중국의 수입 제한이 세계의 폐플라스틱 무역에 미친 영향〉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폐플라스틱의 대부분을 사들였다. 연구진은 1992∼2016년 기록을 분석했는데, 25년 동안 중국은 세계 폐플라스틱의 72.4%를 수입했다. 주요 ‘원산지’ 1등은 미국이었다. 미국에서 온 플라스틱 병은 중국에서 녹아 야외용 의자가 되었다.

ⓒEPA중국 저장성 타이저우시의 한 재활용품 수거장에서 작업자들이 페트병을 분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신통한 폐플라스틱을 왜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자국에서 직접 재사용하지 않고 중국에 팔았을까? 같은 폐플라스틱이 있다고 해도 중국처럼 값싸게 재활용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거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대체로 ‘불순한’ 덩어리다. 재분류하고, 씻고, 말려야 비로소 재가공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음료수를 마시고 버린 페트병에는 상표 딱지가 붙어 있고, 다 마시지 못한 병 바닥에는 음료수 찌꺼기도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 플라스틱이라고 다 같은 플라스틱이 아니다. 플라스틱 종류는 다양하다. 페트병으로 알려진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외에도 PP(폴리프로필렌),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등 약 28가지 종류에 달한다. 같은 종류끼리 모아서 재처리할 수 있게끔 분류하려면 비싼 장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비싼 장비 없이도 중국은 폐플라스틱 재처리를 저비용으로 해왔다. 어떻게? 사람 손으로. 낮은 인건비 덕분에 가능했다.

중국의 플라스틱 수입과 노동집약적 재처리는 영원하지 않았다. 중국이 쓰레기를 수입해 재가공하는 과정에는 수질·토양오염과 같은 환경오염이 수반되었다. 적절한 보호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쓰레기 분류 및 정제 처리를 하는 노동자의 건강 문제는 국내외의 우려를 낳았다. 농촌과 같은 저개발 지역이 ‘외국 쓰레기’ 처리와 그로 인한 오염 문제를 떠안는 경향이 있다. 인류학자 브라이언 틸트는 〈중국 시골에서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쟁〉(2009)에서, 이미 도시 중심 개발로 지역 격차가 깊어진 중국 내 도농 불평등이 환경오염에서 극명히 드러남을 보여준 바 있다.

상황은 바뀌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외국에서 들어오는 쓰레기에 제동을 걸었다. 수입 쓰레기에 대한 규제는 2017년을 기점으로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중국 정부가 발표한 문건을 통해 자세히 알 수 있다. 2017년 중국 생태환경부(옛 환경보호부), 상무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관세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검역국에 해당) 총 5개 부처가 발표한 공고 제39호는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으로 들여올 수 있는 것과 들여올 수 없는 것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여기에는 세 가지 카테고리가 있다. ‘절대로 수입할 수 없는 쓰레기(수입 금지 고체폐기물 품목)’ ‘가려서 수입할 수 있는 쓰레기(원자재로 사용 가능한 고체폐기물의 수입 제한 품목)’ ‘가리지 않고 수입할 수 있는 쓰레기(원자재로 사용 가능한 회수 폐기물의 수입 비제한 품목)’이다.

이 공고에 따르면, 종전에는 ‘가려서 수입할 수 있는 쓰레기’였던 것 중 24종이 ‘절대로 수입할 수 없는 쓰레기’로 변경되었다. 24종 가운데 8종이 생활 폐플라스틱에 해당한다. 2017년 8월10일 발표된 이 공고는 그해 12월31일부터 시행되었다. 중국이 자국 수입을 금지한 8종의 생활 폐플라스틱은 어떤 것일까? 폐PET가 여기 해당한다. 쓰고 버린 PET 음료 병뿐만 아니라 폐PET 펠릿(PET를 한번 가공하여 작은 조각으로 부숴놓은 것으로, 열을 가하면 바로 성형이 가능한 재료)마저도 수입을 금지했다. PET는 플라스틱 중에서도 제조와 성형에 비용이 적게 든다. 이런 장점 때문에 제조사들은 음료 병을 비롯한 다양한 생활용품 용기에 PET를 애용해왔다. 일부 국가에서는 폐PET를 모아서 중국으로 수출하면 그만이었지만, 중국의 변화로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대신 동남아 국가로 몰려드는 쓰레기

생활 폐플라스틱만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단계적으로 다른 종류의 쓰레기에 대해서도 수입을 막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8년 4월13일 추가적으로 ‘폐기물 수입 관리 목록의 조정에 대한 공고’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고철, 폐선박, 폐자동차 부품, 제련용 슬래그, 산업 폐플라스틱 등 고체폐기물 16종이 2018년 12월31일부터 수입 금지 품목으로 지정되었다. 이 공고에 따르면 올해 12월31일부터 수입 금지 품목이 더 늘어날 예정인데, 여기에는 폐목재와 같이 지금까지 ‘가리지 않고 수입할 수 있는 쓰레기’였던 것도 포함되어 있다. ‘외국 쓰레기’가 중국 국경을 통과할 수 있는 관문이 점점 더 까다로워진 셈이다.

이러한 중국의 최근 변화는 시진핑 주석의 ‘생태문명’ 사상과 깊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시진핑 사상’은 중국공산당 당헌의 일부가 되어 마오쩌둥 사상과 동급으로 취급되며 매우 강한 권위를 인정받았다. 시진핑 사상은 5가지 갈래로 세분화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국가적 생태문명의 건설이다. 국가 주도의 환경보호 사업이 대두된 데에는 이러한 맥락이 있다.

쓰레기를 더 이상 중국에 팔 수 없게 된 국가에서는 한동안 곤란을 겪었다. 갈 곳 잃은 쓰레기 더미가 산을 이루자, 다급해진 이들은 자국 내 쓰레기 매립지를 확장하는가 하면 새로운 판로를 모색했다. 그린피스는 중국으로 가지 못한 미국·일본·영국 등의 폐플라스틱이 말레이시아로 다량 수입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그만두자,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에 ‘제1세계’ 국가들의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다.

기자명 이고은 (켄터키 대학 인류학과 박사과정)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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