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줄이는 대학 부끄러운 줄 알아라”
  • 전혜원 기자
  • 호수 605
  • 승인 2019.04.2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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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쪽팔리게 강사법 개정됐다고 강사를 줄입니까.” 교수 시절 사학 비리에 맞서 싸우다 파면당하기도 했던 정대화 상지대 총장의 말이다. 강사를 한 명도 해고하지 않은 그가 강사법 논란에 대해 일갈했다.
정대화 상지대 총장은 상징적 인물이다. 교수 시절 사학 비리에 맞서 싸우다 파면당하기도 했다. 2017년 8월부터 총장 직무대행으로 학교를 이끌었다. 상지대 첫 직선제 총장으로 선출되어 3월27일 취임했다. 사학 비리도 지방 사립대의 현실도 잘 아는 그가 강사법 논란 국면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취임식 이틀 뒤인 3월29일 정 총장을 강원도 원주시 상지대 총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의 강사 수 줄이기가 현실화되었다.

시간강사가 몇 년 전만 해도 대학 강의의 절반을 담당했다. 여전히 고등교육의 3분의 1을 맡는다. 그런데도 지난 30년간 교원 지위도 주지 않고 착취해왔다. 방학 때 월급도 안 준다. 학교에 변변한 공동 연구실도 없다. 그런 사람이 7만명이 넘는다. 수십 년 방치해오다 오랜 기간을 거쳐 이번에 만든 게 강사법이다. 이걸 반대하는 건 대학답지도, 교수답지도 않다.

ⓒ시사IN 조남진정대화 상지대 총장(위)은 “강사는 인간 취급을 받으면 안 되는가?”라고 묻는다.
대학은 재정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어렵다. 강사의 어려움은? 콩 한쪽도 나눠먹는다고 했다. (개정 강사법에서도) 강사들 처우는 쥐꼬리만큼 개선된 거다. 교육부가 기획재정부(기재부)와 싸워서라도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그럼 대학도 협조해야지. 1월23일 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가서 이렇게 말했다. “대학이 쪽팔리게 강사법 개정됐다고 강사를 줄입니까.” 강사들이 우리 제자다. ‘학문후속세대’라는 멋있는 말로 포장된 그 제자들한테 월급 조금 주겠다는 건데, 정부가 나 몰라라 하는 것도 아닌데 대학이 그거 가지고 강사를 줄여?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무슨 죄인가? 대학은 회사가 아니다. 교육기관이다.

상지대는 어떻게 하고 있나?

우리 학교는 교수가 300명이다. 강사는 300명이 안 된다. 교수들에게 강의 하나씩만 더 맡기면 강사가 완전히 없어진다. 전임교원에게 강의를 더 맡기지 않았다. 대형 강좌도 안 만들었고 강의 통폐합도 안 했다. 강사를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강사법이 시행되면 상지대는 7억원이 더 든다. 학교 재정의 1%다. 정부가 지원하면 3억~4억원, 0.5%다. 작은 금액은 아니다. 관리운영비처럼 매년 정해져 있는 경상비를 빼면 여유가 별로 없다. 상지대는 분규 후유증으로 재정적자 상태라 더 힘들다. 2017년 10월부터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봉급 18%를 깎고 있다. 올해 2월까지였는데 1년 더 연장했다. 구성원들의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은 대학과 국가가 같이 고통분담을 해야 할 시기다. 정부는 예산을 증액해서 대학의 어려움을 해소해줘야 한다.

전임교원 강의 부담을 늘린 대학이 많다.

교수는 교육·연구·봉사를 3대 의무로 한다. 강의를 너무 많이 하면 연구와 봉사를 등한시하게 된다. 교수에게 수업을 잔뜩 주고 1년에 몇 편씩 논문 쓰라고 하면 학계는 잡문 대량생산 체제가 되고 만다. 교수들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

대학들이 진짜 부담스러워하는 건 고용 부담이라는 시각도 있다.

교수는 30년 정년 보장인데 왜 강사는 학기 단위로 잘라야 하지? 강사는 인간 취급을 받으면 안 되나? 우리나라가 길러낸 최고 지성인 박사들인데. 그리고 한 대학에서 강사가 3년 강의해주면 훨씬 더 익숙하게 잘할 수 있다. 숙련이라는 게 있잖나.

대학의 재정이 어렵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어려운 건 사실이다. 최근 20년간 대학에 오겠다고 매년 입학시험을 보는 학생이 70만명이었다. 그중 50만명을 뽑았다. 그런데 올해 출생아는 30만9000명이다. 사립대는 등록금을 받아 움직이고, 우리나라 대학의 85%가 사립이다. 지방대는 더 어렵다. 정원 70%를 못 채우는 대학교도 몇 군데 있다. 지방 사립대 상당수가 교직원 월급을 체불한다. 폐교된 서남대도 수년째 임금 체불이 있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은 그나마 낫지만 지금은 쉽지 않을 거다. 학생은 줄어드는데 시설도 바꿔야 하고 급여도 올려줘야 한다. 물가도 오른다.

ⓒ시사IN 조남진교직원 월급을 체불하는 지방 사립대가 많다. 아래는 2018년 폐교된 전북 남원의 서남대.
대학들은 등록금을 올리게 해달라고 한다.


등록금 자율화는 안 된다. 내가 총장이지만 등록금에 쏟는 학비 부담이 여전히 크다고 본다. 대학은 내 거니까 맘대로 운영하겠다는 학교재단은 인정해주자. 그 대신 국가장학금 지원을 안 해주면 된다. 국가가 주는 수많은 프로젝트 지원금도 안 주면 된다. 그게 사유재산의 원래 의미 아닌가? 막대한 국민 세금을 지원받으면서 대학을 사유재산이라고 하면 안 된다. 결국 등록금은 못 올리고, 정부가 고등교육을 지원하지 않으면 대학은 다 죽는다. 사립 초·중학교도 정부가 다 지원한다. 사립대학은 왜 안 되나?

대학은 의무교육이 아닌데?


대학 진학률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높다(2018년 69.7%다). 나는 어느 시점에는 대학이 의무교육이 될 거라고 본다. 기술 변화로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사람들의 지적 역량이 높아지고 있다. 초·중·고교 교육만으로는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어렵다. 미래 대한민국의 먹거리를 만들 수도 없다. 대학에 대한 지원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원하는 것과 같다.

산업 현장에서는 대학 교육에 불만도 많다.

대학은 직업훈련원이 아니다. 물론 사회가 급격히 변하는 만큼 학문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대학이 학생 수가 줄면서 이미 가혹하게 변했다. 취업 안 되는 학과는 다 폐지했다. 상지영서대(전문대) 통합할 때 26개 학과 중에 15개를 버렸다. 입학률·재학률·취업률 세 개만 보고 버렸다. 지금은 오히려 너무 심하게 시장주의로 가고 있다. 기초 학문이 사라진다.

정부는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이 줄었다고 해서 대학 수를 똑같이 줄여야 하는 건 아니다. 그동안 대형 강의가 많았다. 같은 강좌를 더 적은 학생이 들으면 된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학이 있으면 그 지역이 크게 발전한다. 산학협력, 교육, 문화 다 대학과 연결되어 있다. 지방 대학 중심으로 지원해야 한다.

우리 시대에 대학이란 무엇인가?


사람을 기르는 곳이다. 우리 대학은 역사적 전환기에 들어섰다. 옛날엔 양적 팽창을 하면서 겨우 굴러갔겠지만 지금은 질적 자기 정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교육은 영혼 없는 기술자, 권력과 돈의 노예를 길러내고 있다. 김기춘, 우병우, 김학의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는 게 그 증거다. 대학이 질적 자기 정리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강사법이 논란이 되는 거다. 지금 총장들이 모여서 ‘강사법 때문에 돈이 얼마 드니 마니’ 얘기할 게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10년 뒤 제대로 된 인재를 어떻게 길러낼 건지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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