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신간
  • 시사IN 편집국
  • 호수 603
  • 승인 2019.04.0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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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국 속의 동아시아 문학
김재용 외 엮음, 소명출판 펴냄

“제국에 포섭되지 않은 작가들 다성성을 도모하다.”

일본 제국이 세운 만주국은 괴뢰정권이었지만 그곳의 문학까지 괴뢰는 아니었다. 반식민지가 된 만주를 떠나느냐 마느냐 고뇌했던 중국 작가, 식민지 조국을 떠나온 열혈 조선 작가, 만주 개척 붐을 따라 낭만을 찾아 온 일본 작가가 뒤섞여 독특한 문학적 자장을 만들어냈다. 일본 제국은 ‘오족협화(五族協和)’를 이데올로기로 내세우며 일본인·조선인·중국인(한족) ·만주인(만주족)·몽골인의 협력을 주창했는데, 여기에 기대어 만주의 문인들은 작품에서 다성성(등장인물이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을 도모할 수 있었다. 강경애·안수길·황건·김창걸 등 한국 작가, 이츠·량산딩·왕치우잉 등 중국 작가, 아키하라 가쓰지· 기타무라 겐지로 등 일본 작가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옛글의 풍경에 취하다
조운찬 지음, 역사공간 펴냄

“오래된 글은 향기롭다. 그 향기 속에 선인들이 숨을 쉰다.”

옛글을 소개하며 그 속에 담긴 의미, 교훈, 철학을 되새긴다. 스스로를 ‘책 읽는 바보’로 불렀던 이덕무의 독서노트 ‘앙엽기’에 빗대, ‘현대판 앙엽기’라 칭한다. 이덕무의 앙엽기는 책을 읽다가 급히 메모할 내용을 나뭇잎에 써 항아리에 넣어둔 것을 모았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 저자 역시 옛글을 읽으면서 그때그때 뽑은 글을 모았다. 옛글 가운데서도 독창성이 뛰어나고 오늘날에도 가치가 있는 글을 위주로 뽑았다. 2018년 출간된 <문집탐독>이 옛글 가운데 문집만을 다룬 반면, 이 책은 문집뿐 아니라 역사서, 경학서, 편지글, 주련, 편액, 서화 등 여러 글을 포괄했다. 이 글들을 다시 ‘인생을 깨닫다-覺’ ‘역사를 돌아보다-顧’ ‘삶과 마주하다-對’ ‘문채를 드러내다-彬’ ‘자연을 관조하다-照’ 등으로 나누어 소개했다.



스탈린의 죽음
파비앵 뉘리·티에리 로뱅 지음, 김지성·김미정 옮김, 생각비행 펴냄

“스탈린 동지의 심장 박동이 멈추었습니다.”

1953년 3월2일 밤,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이 쓰러졌다. 흐루쇼프, 말렌코프, 베리야 등 측근들은 쓰러진 절대 권력자 앞에서 혼란에 빠졌지만 누구도 재빨리 스탈린을 치료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흐루쇼프가 “스탈린 주위에서 우리는 전부 집행유예 중이나 다름없었다”라고 술회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스탈린은 측근 대부분을 숙청 대상자로 위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곧이어 측근들은 광기 어린 골육상쟁에 돌입한다. 스탈린으로부터 배운 교훈은, 죽지 않으려면 상대방을 먼저 죽여야 한다는 것밖에 없었으므로.
만화 <스탈린의 죽음>은 스탈린이 사망한 뒤의 장례식과 권력다툼을 함축적 언어와 강렬한 색채, 공포와 욕망으로 뒤범벅된 캐리커처들로 그로테스크하게 그려낸다.



게임으로 공부하는 아이들
KBS 다큐 세상 <게임, 공부의 적일까요?> 제작팀 지음, 상상박물관 펴냄

“게임에 빠진 자녀,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지은이 중 한 명인 전옥배 PD의 고백이다. 그의 초등학교 6학년 아이는 스마트폰 게임을 무척 좋아했다. 게임을 하느라 퇴근한 아빠를 본체만체할 정도로. 지은이는 화를 못 참고 스마트폰을 빼앗아 던졌다. 욱하는 마음에 벌인 일에 당혹스러웠고, 결과적으로 아빠에 대한 아이의 마지막 관심마저 잃은 것 같아 힘들었다고 전 PD는 고백한다.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게임 관련 다큐멘터리를 기획하면서 생각이 많았다. 제작 과정에서, 게임으로 인한 갈등이 심한 가정의 부모일수록 게임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게임 때문에 생긴 가정 내 갈등, 게임을 교육에 활용한 학교 현장을 두 편의 다큐멘터리에 담았다.



나이 없는 시간
마르크 오제 지음, 정헌목 옮김, 플레이타임 펴냄

“나이는 지나간 나날을 상세히 설명하는 방식이자 세월의 흐름을 한 방향으로만 이해하는 관점이다.”

1935년생 노학자가 “지식의 샘이나 경험의 보고로서 노년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단언할 때면 약간의 통쾌함이 느껴진다. 이어진 문장은 또 얼마나 유쾌하던지. “그런 노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으려면 노년에 도달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의 가장 지혜로운 버전이랄까. 노년이든 중년이든 청년이든, 연령대와 상관없이 모두 각자의 나이 관련 문제들과 씨름하며 산다. 하지만 노년에게 나이란 아무래도 좀 더 복잡한 문제다. 사회가 ‘나이 듦’을 긍정하지 않는 탓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독서에서 길어 올린 성찰을 통해 나이의 의미를 다시 사유한다. 기력이 쇠해가는 중에도 우리가 얼마든지 시간과 다르게 관계 맺을 수 있음을 단단한 문장으로 증명한다.



버지니아 울프 북클럽
이택광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여성 작가는 단순히 글을 써서 먹고사는 것만이 아니라, 글을 통해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 자기만의 방과 고정적인 수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적 자유를 위해 삶을 떠받치는 물적 토대를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100년 전 그는 간파했다. 여성 인권이라고는 척박했던 시대에 사력을 다해 질문했던 페미니스트였다. 최근 들어 울프의 작품이 재조명되고 있는 이유는 그의 통찰이 오늘날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 이택광은 섬세한
관찰력으로 <등대로> <자기만의 방> <보통의 독자> 등 울프의 대표작을 통해 그녀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본다. ‘여성 주체’로서 언어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사유했던 흔적들이 저서에 담겨 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썼다던 그에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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