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폭행, 성추행, 공금횡령, 금품 수수. 주어를 감추면 강력범죄자들의 죄명 같지만, 모두 대학교수들의 범죄이거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그들의 비위 행위다. 논문 표절, 연구비 유용, 규정을 위반한 겸직, 제자를 상대로 한 각종 갑질 등 직종 특성이 반영된 일탈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국공립대와 사립대 가릴 것 없이 교수들의 비위와 징계 문제는 많은 대학의 골칫거리다. 한 교수가 제자 성추행, 논문 무임승차, 표절 등 여러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대 인문대에서는 학생들이 파면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제주대에서는 직원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은 의대 교수가 중징계를 받았다. 성균관대에서는 다른 대학에 다니는 자녀의 논문을 위해 대학원생 제자들을 실험에 동원한 교수, 현직 검사의 논문을 제자에게 대필하도록 시켰다는 로스쿨 교수가 논란에 휩싸였다. 우리 대학도 예외는 아니어서, 몇 년 전에는 연구비 문제로 교수들이 한 달 사이에 연이어 해임된 경우도 있었다.

ⓒ박해성


캠퍼스 안팎에서 교수의 비위 의혹이 제기되면 통상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지고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위원회가 소집된다. 안타깝게도 조사와 징계 과정에서 잘못을 시인하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학내 규정을 위반해 문제가 되면 “규정을 잘 몰랐다”라는 식의 ‘바보 전략’을, 고발이나 고소를 당한 경우에는 “사법적 판단 이전이므로 징계 심의가 미뤄져야 한다”라며 ‘지연 작전’을 펼치고, 형사적으로 무혐의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면 “죄가 없는데 징계가 웬 말이냐”라고 항변한다. 누구나 과도한 처벌을 피하고 싶고 방어권은 모두에게 보장되어야겠지만, 변명이나 핑계가 아닌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바라는 건 지나친 기대일까.

종합대학의 경우 2만명 안팎의 구성원이 한 울타리 안에서 생활한다. 지방의 읍·면 규모다. 자연히 사람 사는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사건·사고, 범죄, 비리 등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솜방망이 징계다. 징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는 동료 교수들은 웬만하면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 한다. 여기에는 ‘그 정도 일로 문제 삼느냐’는 불필요한 공감 능력, ‘언젠가 서로 반대 처지에 설 수 있다’는 쓸데없는 역지사지, ‘영원히 안 볼 사이도 아닌데’라는 전에 없던 동료의식이 작동한다. 공고하던 학과 간 장벽과 이기주의는 잠시 사라지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욱 요구된다는 학제 간 융합이 성공하는 몇 안 되는 순간이랄까.

학과장이 비리 교수 두둔하고 민원 넣기도

심지어 징계 대상 교수의 소속 학과장이 해당자를 두둔하며 교수 인사업무를 총괄하는 교무처장(징계위원회 당연직 위원인 경우가 많다)에게 민원을 넣거나, 징계 대상자 면담 때 동석해 병풍이 되어준다. 의혹이 불거진 특정 교수를 대상으로 외부 감사나 수사가 진행되는 경우 ‘학교 측에서 교수를 도와주지는 않고 왜 수수방관하느냐’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솜방망이는 사용할수록 부드러워진다. 잘못된 전례가 다음번 다른 징계 수위 결정에 참고가 되고, 징계 대상자에게는 징계에 불복하는 근거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징계 여부와 수위의 적절성을 다투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징계 수위가 낮아지는 한이 있더라도, 중대하고 심각한 비위 행위에 대해서는 징계위원들과 학교의 엄벌 의지와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 물론 박사 학위까지 받은 지성인이자 교육자의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의 행태가 줄어들거나 사라지면 더욱 좋겠지만.

기자명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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