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민당의 ‘시민 급여’ 실험
  •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 호수 602
  • 승인 2019.04.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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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0일 독일 사민당은 ‘사회국가 구상 2025’를 발표했다. 하르츠(실업급여) 개혁의 중점 목표였던 실업자에 대한 구직 압박과 무조건적 실업률 감축과는 거리를 둔 개혁안이다.

지난 2월10일 독일 사회민주당(사민당) 안드레아 날레스 대표는 ‘사회국가 구상 2025’를 발표했다. 사민당 최고위원회 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회개혁안은 ‘노동·연대·인간성:새 시대를 위한 새로운 사회국가’라는 17장짜리 문서에 담겼다. 여기에는 노동시장, 아동기초보장제도,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사민당의 개혁안이 담겼다. 사민당은 게으르다고 낙인찍힌 장기 구직자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하르츠 Ⅳ(실업급여 Ⅱ)’ 대신 ‘시민급여’로 이름을 바꾸었다(하르츠 Ⅳ에서 파생된 하르츤이라는 신조어가 한때 유행했는데, 게으르고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회가 적정 수준 이상의 일자리를 구직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최저임금이 12유로로 상승되어야 하며, 임금협약 강화를 통해 저임금 분야의 임금 상승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독일 언론은 “사민당이 이번 발표를 통해 하르츠 Ⅳ라는 자신들의 과거에 작별을 고했다”라고 평가했다.

ⓒEPA2월29일 독일 사회민주당 안드레아 날레스 대표가 개혁안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03년 사민당 출신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하르츠 개혁을 추진했다. 실업급여 수령 심사 강화와 수령 기간 단축으로 대표되는 이 정책은 사민당의 기존 지지자인 서민 노동자에게 불리했다. 사민당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사민당의 지지율은 점차 하락했다. 슈뢰더를 총리로 만들어준 1998년 연방하원 선거에서 사민당이 얻은 득표율은 40.9%였다. 하르츠 개혁 이후 치러진 2005년 선거에서 사민당은 34.2%의 지지를 얻으며 기독민주당(기민당)·기독사회당(기사당) 연합에 다수당 자리를 빼앗겼다.
그 후에도 이따금 소폭 상승이 있었지만 사민당의 지지율은 꾸준히 떨어졌다. 2017년 연방의회 선거에서 사민당은 겨우 20.5%를 득표했다. 사민당은 우파 포퓰리즘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추격을 받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녹색당이 뒤쫓아오고 있다. 지난해 바이에른주와 헤센주 지방선거에서 사민당은 녹색당에 2위 자리를 내주었다. 녹색당은 사민당의 대안 정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동과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겠다고 공언했다.

기민·기사·자민당, 개혁안에 비판적

사민당이 ‘노동의 권리’라는 이념을 담아 발표한 ‘사회국가 구상 2025’는 하르츠 개혁의 중점 목표였던 실업자에 대한 구직 압박과 무조건적 실업률 감축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인공지능 등 기술 발전에 따른 실업과 재교육이 불가피함을 명시하고 있으며, 구직자들이 적정 수준의 일자리 시장으로 재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국가가 할 일임을 강조하고 있다. 사민당 안드레아 날레스 대표는 “사회국가는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 곁에서 이해심 넘치는 파트너가 되어야 하고, 각 개인과 개인이 처한 상황을 존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민당의 새로운 구상에 대해 기민당·기사당·자민당은 비판적이다. 자민당 크리스티안 린트너 대표는 “사민당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선거용 선물을 뿌리기보다는 노인 빈곤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연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민당 정치인 카르스텐 리네만은 “사민당은 지난 20년 동안 많은 사회정책을 통과시켰다. 지금처럼 독일의 사회국가 이념이 무너진 것처럼 반응하는 것은 자신들을 더 작게 만드는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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