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복제인가 창작인가
  • 이상엽 (사진가)
  • 호수 601
  • 승인 2019.03.2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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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예르와 피에르송카보우르 백작의 초상. 최초로 예술로 인정받은 사진이다.

유명세일까? 방탄소년단(BTS)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노래가 아니다. 뮤직비디오와 사진집이 프랑스 사진가 베르나르 포콩의 작품을 도용했다는 주장이 있었다. 문제를 제기한 이는 작가 본인이다. 그는 BTS 소속사에 뮤직비디오 등이 “1997년부터 2003년까지 한국을 포함한 25개국 이상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내 청춘의 아름다운 날(The Most Beautiful Day of My Youth)’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메일을 보냈다. 소속사 빅히트는 “아이디어의 영역에 해당하여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러한 아이디어는 귀 화랑이 독점하여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이 사건은 쉬 사그라졌지만 여전히 어디까지가 표절이며 사진은 왜 이런 논란을 자주 일으키는 매체인가를 따져봐야 할 필요도 있다.

최근까지 이런 사진 표절 논쟁은 꽤 많았다. 매그넘(국제 자유 보도사진 작가 그룹) 사진가 수전 메이젤라스가 찍은 산디니스타 반군의 사진 일부를 그대로 그린 조이 가넷이나 마크 리브가 미국 국방부 앞에서 찍은 ‘꽃을 든 여인’이라는 시위자 사진을 통째로 옮긴 서수경의 작품이 그런 예일 것이다. 더 유명한 예로 현대미술의 총아라 불리는 제프 쿤스가 무명의 시골 사진가 아트 로저스의 ‘강아지들’이라는 사진을 조각으로 옮기면서 법정까지 간 적도 있다. 이 사건의 핵심은 표절 여부가 아닌 ‘사진이 예술이냐?’라는 케케묵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쿤스는 “로저스의 사진이 전혀 독창적이지 않으며 (예술이 아닌 사진을) 자신이 예술로 승화시켰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최신의 미술이론과 사조를 동원했다. 재판부는 쿤스의 엘리트적 태도와 악착같고 지나친 자세에 대해 엄정하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1992년 쿤스는 자그마치 38만 달러를 배상해야 했다.

사진 표절은 사진끼리보다 사진과 여타 시각예술 사이에서 많이 일어난다. 오랜 관행 같은 게 미술판에 존재하는데 ‘사진은 창작이 아닌 복제다’라는 관념이다. 1855년 프랑스의 사진가 마예르와 피에르송은 카보우르 백작의 초상 사진을 제작했다. 이를 이용해 그림으로 변형한 모작들이 난무하자 두 사람은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사진이 창작된 예술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사진을 어떤 식으로든 예술로 보는 것에” 반대한 앵그르 같은 화가들과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소송 7년 만인 1862년 최종법원은 그들의 손을 들어줬고, 이 판결은 최초로 사진이 예술로 인정된 사례였다.

수많은 매체로부터 표절당해

지난 150년간 사진은 회화, 조각, 영화, 하다못해 뮤직비디오 등 수많은 매체로부터 표절당했다. 카메라라는 복제 도구를 쓰는 매체의 한계 때문인지, 너무 늦게 생겨나 예술적 위계에서 한 수 아래인 탓인지, 여전히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서로가 서로를 베끼는 포스트모던한 세상에 사진이라고 그 혐의를 비켜갈 수 없다. 사실 표절은 예술의 미래 자산이자 서툰 젊음의 상징이다. 다 그런 과정을 밟는다. 하지만 법정으로 가는 표절은 윤리보다 돈이 앞선다. 문제는 칼날 같은 법의 언어보다 그것을 대하는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 “BTS를 아주 좋아한다”는 69세의 사진가 포콩은 “나는 결코 ‘표절’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영감’ 또는 ‘헌정’이라고 말했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 1초도 법적 분쟁을 생각한 적 없다고 했다. 스스로 ‘옹졸한 사람’이 아니라는 이 노작가에게 힐링을 받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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