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괴로워야 독자가 즐겁다
  • 고제규 편집국장
  • 호수 601
  • 승인 2019.03.1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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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2018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7년 구속 기소된 5만3555명 가운데 2204명이 보석으로 풀려났다. 전체 구속자 기준 4.1%. 언론에 보도된 보석 허가율은 36.3%(2204명). 3명 중 1명꼴로 보석이 인용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허가율은 보석을 청구한 6079명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국선전담변호사를 선임한 이들보다 사선 변호인을 선임한 이들이 대개 보석을 청구하고 풀려난다. 보석 허가율이 늘고 불구속 재판이 확대되는 건 맞다. 전제가 있다. ‘만인’에게 확대되어야지, 고 노회찬 의원의 말처럼 ‘만 명’에게만 보석이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보석 인용을 보고 떨떠름했다.


1 주거지 제한. 외출 금지. 배우자 직계혈족과 배우자, 변호인 외 외부인과 접견과 통신 금지. 하루 1회 이상 보석 조건을 지키는지 경찰이 확인. 고개를 갸웃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보석 조건’의 허점이 많아 보였다. 이 전 대통령이 집에서 다른 식구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면? 디지털 탈옥은 가능한 거 아닌가? 의문은 꼬리를 물었다. 답은 나왔다.

6 장일호 사회팀장에게 기자들이 직접 확인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 “집 앞에서 드나드는 차량이라도 확인하자.” ‘MB 사저의 100시간’ 기획안을 가져왔다. 다 좋은데 ‘100시간’에서 걸렸다. “2심 선고 날 때까지 하면 안 돼?” 장 팀장이 눈을 부라렸다. “밤을 새운다고요! 밤을!” 그렇게 시작한 100시간 뻗치기 라이브 방송. 첫 시청자 6명. 한 기자가 “이거 우리 기자들만 보고 있는 거 아닙니까?”라고 걱정했다. 기우였다. 동시 접속 1000명을 찍고, 새벽 3시에도 독자 300~400명이 기자들과 ‘디지털 뻗치기’를 함께했다.

100 그렇게 100시간을 취재했다. 김연희·김영화 ·나경희 기자. 뻗치기만 한 게 아니었다. 사람이 나오면 무조건 따라붙었다. 답을 안 해도 쫓아가 물었다. 차량이 나오면 번호판이라도 적었다. 기자들은 저 담장 안에 있는 그에게 알리고 싶었다. 누군가는 지켜보고 있다고. 김연희 기자는 첫날 밤샘을 하고 아침에 토했다고 한다. 나경희 기자는 비염을 앓지만 밤을 새웠다. 김영화 기자는 곱은 손으로 아침을 맞았다.

3000 독자들은 3000원, 1만원, 30만원, 20만원 후원금을 보내왔다. 커피, 피자, 죽을 보내주었다. 새벽에도 쏟아지는 독자들의 댓글 응원이 현장 기자들을 버티게 한 힘이 되었다. 응원과 후원금은 우리가 잘나서 받은 게 아닐 것이다. 조만간 그분을 위한 전자책 특별판을 낼 계획이다. 2017년 10월 미리 사둔 홈페이지 주소(mbgate.co.kr)에 특별 페이지도 열 작정이다. ‘MB 사저의 100시간 시즌 2’를 하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장일호 팀장이 소리를 질렀다. 기자가 괴로워야 독자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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