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회사의 본질
김종철 지음, 개마고원 펴냄

“(주식회사는) 재산권과 계약권의 이종교배다.”

구멍가게 주인인 철수는 가게가 망하면 그로 인한 빚을 모두 갚아야 한다. 글로벌 법인의 대주주인 이 아무개씨나 정 아무개씨는 그 회사가 망하거나 엄청난 사고를 쳐도 채무에서 손해배상까지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유한책임’이란 제도 덕분인데, 상식과 어긋나지만 아주 일상적으로 시행 중인 제도다. 우리는 저런 제도에 대해 개인적으로 납득되지 않아도 그냥 순응하고 넘어간다. 금융과 회사라는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 질서를 구성하는 지식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금융과 회사라는 제도의 원리와 역사적 기원을 추적함으로써 ‘너무나 당연한 것’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당신에게 반체제 인사가 되라고 권유하지는 않는다.


나의 100년
스터즈 터클 지음, 신윤진 옮김, 이매진 펴냄

“구술사는 그때 함께 눈물을 흩뿌린 또 다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미국 시카고의 WFMT 라디오에서 45년간 방송을 진행한 디스크자키이자, 구술사에 기반을 두고 미국 민중의 역사를 재구성해온 작가 겸 학자다. 그가 보기에 구술사에서 다루어야 하는 대상은 이런 사람들이다. 고대 이집트의 수도 테베에 있는 일곱 개의 성문을 세운 사람, 만리장성을 쌓은 석공, 카이사르가 갈리아 땅을 정벌할 당시의 취사병.
미국의 20세기를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작가 또한 타이태닉호 사건이 있던 1912년에 태어나 2008년 금융위기 때 죽음을 맞았으니 삶 자체가 20세기를 증언하는 셈이다. 사람들이 그에게 인터뷰 비결을 자주 묻는다. 답이 흥미롭다. “사람들 스스로 자기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기분이 들게 해야 합니다.”


저널리즘의 신
손석희 외 지음, 시사IN북 펴냄

“기자는 괴물이 아닙니다.”

고제규 〈시사IN〉 편집국장의 바람은 소박하다. 삼성보다 1년만 더 버티는 것. ‘파업, 직장폐쇄, 해직에 가까운 일괄 사직, 그리고 새 매체 창간.’ 그렇게 〈시사IN〉이 탄생했다. 〈시사IN〉이 다음 10년을 준비하며 가장 실감했던 말은 ‘언론의 위기’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었다. 2년에 걸쳐 유럽과 미국, 아시아 언론사를 찾았다. 그들을 초청해 콘퍼런스를 열었다. 취재한 내용과 콘퍼런스의 주요 내용을 글로 옮겼다. 손석희 JTBC 대표이사와 박상규 진실탐사그룹 ‘셜록’ 대표 기자, 기무라 히데아키 〈와세다 크로니클〉 기자 등 국내외 탐사보도의 대표 주자들이 참여했다. 탐사보도가 언론의 생존과 어떻게 직결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언론의 위기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외 지음, 이창신 옮김, 김영사 펴냄

“세상은 겉보기만큼 그렇게 극적이지 않다.”

미세먼지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느끼는가? 데이터만 본다면, 착각이다.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1995년 78㎍/㎥, 2017년에는 44㎍/㎥다.
어떤 의미로, 인류는 타고난 비관론자다. 세상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믿음은 인기가 있다. 더 극적이고, 무시무시하고, 내가 인상적으로 느끼는 사례와 잘 맞아떨어진다. 〈팩트풀니스〉는 우리가 왜 세상을 오해하는지, 그리고 실제로는 세상이 우리 생각보다 어느 정도로 괜찮은지 들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통계학을 무기로 우리의 통념을 해부해나간다. 그의 테드(TED) 강연은 늘 열광적 반응을 끌어낸다. 세상이 더 나아지길 바란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세상을 더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술에 취한 세계사
마크 포사이스 지음, 서정아 옮김, 미래의창 펴냄

“러시아 역사에서 진정한 금주 캠페인은 딱 두 번 있었다.”

희한한 책이다. ‘만취의 역사’를 살피는데, 술을 중심에 놓고 세계사를 재구성한다.
고대 페르시아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한 번은 취한 채로, 또 한 번은 맨정신으로 그 문제를 논의했다. ‘맥주 없는 곳에 노동도 없다’는 아프리카 수리족은, 술을 마시지 않고 있으면 ‘왜 아직까지 일을 시작하지 않느냐’고 채근한다. 웃을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문명에서 술은 하루 중 한 일과에서 다른 일과로 넘어가는 관문 구실을 한다. 대부분의 문명에서 권력자는 사후의 음주에 필요한 물건과 함께 묻혔다. 아니면 조상의 무덤에 술을 뿌리는 전통이 있다. 놀랍게도 술을 그다지 즐기지 않았던 문화권은 술을 아주 좋아하는 문화권의 식민지가 되었다.


여자 전쟁
수 로이드 로버츠 지음, 심수미 옮김, 클 펴냄

“신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 건 명백하다.”

1970년대 여성 기자의 주요 취재 영역은 꽃박람회나 영국 왕실이었다. 수 로이드 로버츠는 ‘주어진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30년 넘게 기자로 일하며 영국을 넘어 감비아·아르헨티나·이집트 등 19개국을 작은 카메라와 함께 누볐다. 그가 집중한 이슈는 여성 인권이었다. 성기 절제(할례), 인신매매, 강제 결혼, 명예살인, 전쟁 강간 따위를 취재하기 위해 때로는 위장하거나 잠입해야 했다. 촬영과 보도를 홀로 해내야 했다. 친구들은 그를 ‘답 없는 문제’ 담당 기자라고 했다. 사회문제에 적극 참여해온 덕에 ‘캠페이닝 저널리스트 (campaigning journalist)’라 불리기도 했다. 취재 기록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이 책은 여성이 당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전쟁 같은 상황 속에서도 ‘맞서 싸우는’ 모습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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