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리 가줄 지음, 김명주 옮김, 교유서가 펴냄

“인공림은 자연림을 대체할 수 없다.”

숲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은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한쪽은 개발을 위한 자원으로 보고 다른 한쪽은 숭고하지만 취약한 태고의 자연으로 본다. 어떤 사람들은 숲을 아직 개발되지 않은 미지의 땅으로 보고, 또 어떤 사람들은 숲을 대할 때 숲이 제공하는 실용적 가치를 훨씬 넘어 친구나 가족에게 가질 법한 애착과 애정을 느낀다.
기원전 2600년경 쓰인 〈길가메시 서사시〉에서도 숲은 사악한 악마가 사는 곳이면서 또한 지극한 아름다움과 위안을 주는 장소로 묘사된다. 모든 문화에서 숲에 대한 태도는 상충되고 모순되며 숲은 공포와 두려움에서부터 순수함과 영적 심오함에 이르는 다양한 감정을 아우른다. 저자는 사람들이 숲에 대해서 어떻게 말해왔는지 훑으며 숲의 문화사를 엮어낸다.



치과의사도 모르는 진짜 치과 이야기
김동오 지음, 에디터 펴냄

“치과의사는 당신의 치아를 책임지지 않습니다.”

유치를 열심히 치료하면 영구치가 건강할까? 꼼꼼한 충치 제거가 치아를 건강하게 할까? 치과의사인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유치는 집에서 빼도 되고 유치를 치과에서 뽑는다고 영구치가 바르게 배열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알코올을 포함한 구강청결제는 구강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고, 심장마비와 뇌졸중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한다. 치아는 한번 갈아내면 되돌릴 수 없으니 최소한으로 치료하라고 충고한다.
신경 치료, 잇몸 치료, 임플란트, 브리지, 사랑니 발치 등 저자는 평범한 사람이 치과에 가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정리했다. 교정 치료와 턱관절 치료 등 미용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치과 치료가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지 자신이 치료받았던 경험을 들려주며 설명한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매슈 워커 지음, 이한음 옮김, 열린책들 펴냄

“나는 독자가 이 책을 읽다가 잠든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전직 대통령은 하루에 네 시간만 잔다는 걸 자랑으로 생각했다. 근면함을 칭송하고 휴식을 죄악처럼 여기는 사람일수록 잠자는 시간은 죽은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단적으로 말해, 정확히 반대로 말해야 사실이다. 잠을 제대로 자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 잠이 부족하면 면역계가 손상되고 암에 걸릴 위험이 두 배 넘게 증가하며, 알츠하이머와 혈당 수치 교란과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된다. 세계보건기구는 수면 부족을 선진국형 전염병이라고 표현했다.
신경과학자인 매슈 워커는 수면 연구자다. 그는 우리 삶에 잠이 얼마나 중요하고, 현대인이 그걸 얼마나 무시하는지 이 책에서 알려준다. 잠에 대한 최신 연구를 망라하는 책이지만 침대 맡에 놓지는 말자. 읽다가 잠이 달아날 내용이 너무 많다.

워런 버핏 라이브
대니얼 피컷·코리 렌 지음, 이건 옮김, 신진오 감수, 에프엔미디어 펴냄

“성장 투자와 가치 투자를 구분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주로 경제 기사를 쓰는 기자 처지에서는, ‘금융투자 교과서와 실전으로 경험을 쌓은 거장의 견해가 완전히 다르네! 그러나 교과서와 실전이 본질적으론 통하는 듯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만약 내가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기업 가치 예측은 웃기는 거다’ ‘성장 투자와 가치 투자엔 큰 차이가 없어’라며 의기양양해하면, ‘미친놈’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폭언’을 늘어놓는 사람이 ‘세계 최고의 투자자’로 입증된 워런 버핏이라면? 워런 버핏이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1986~2015년)의 질문과 답변을 그대로 받아 적어 정리한 책이다. 투자 노하우를 학습하고 싶은 실용적 생활인이든, 금융경제학의 실제 사례를 알고 싶은 학구적 독자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거지 소녀
앨리스 먼로 지음, 민은영 옮김, 문학동네 펴냄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아내, 애인, 하고 생각했다. 그녀가 바라지 않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누추한 헛간에서 일하면서도 어떤 책이든 집어 들어 제목을 읽어보지 않고는 지나치지 못하곤 했다. 동시에 책을 좋아하는 딸에게는 너무 똑똑해지지 않아야 세상을 살기 수월할 거라고 조언한다. 그랬다. ‘똑똑한’ 여성인 로즈에게 세상은 장애물투성이였다. 실패하고 실망하는 와중에도 로즈는 “도대체 배우는 게 없는 사람”처럼 희망을 꿈꾼다.
주인공 로즈를 중심으로 연결된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이라 불리는 앨리스 먼로는 주인공 로즈를 마냥 긍정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누구나의 마음속에 있는 허영과 나약함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단편으로 읽어도 각각의 완성도가 있지만, 장편으로서도 무리 없이 읽히며 힘이 있다.

출구 없는 사회
다니엘 코엔 지음, 박나리 옮김, 글항아리 펴냄

“손실에 대한 공포는 무언가를 취득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현대인은 계속 더 부유해지길 바란다. 부를 손에 넣고 나면 그보다 더 부유해지기를 꿈꾼다. 결국 같은 자리를 맴도는 셈이다. 인간은 어째서 ‘현재’ 자기의 심리·사회적 상태보다 더 상승하고자 욕망할까? 책은 인간이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욕망의 법칙을 따른다고 본다. 이처럼 매번 갱신되는 덧없는 희망은 불안을 잠재우고 사회가 작동하는 데 용이하게 작용한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할 물질적 성장이 남아 있는 한, 현대사회는 성장을 포기하기 어렵다. 이와 동시에 실업과 고용 불안정, 기후변화 등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우리는 이런 성장을 견뎌낼 수 있을까? 저자는 우울증, 중산층의 몰락, 인종주의 등에 대해서도 ‘성장’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성장은 종말의 기로에 선 메아리라는 것이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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