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텔레비전을 켜두고 마감을 했다.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지난해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부터 그랬다.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9월 평양 정상회담 등 마감 중에도 화면을 주시했다. 싱가포르에 이어 베트남에도 기자들을 파견했다. 생생한 뉴스를 담기 위해서다. 현지 취재 중인 이상원·이명익 기자와 SNS 채팅창도 늘 열어두었다. ‘대박 사진.’ 이명익 기자가 2월26일 급보를 전했다. 베트남 랑선성의 동당역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을 포착한 사진이었다. 기자들은 관련 정보를 파악하면 보고를 했다.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2월27일 종전선언, 미군 유해 송환, 연락사무소 개설, 제재 조치 일부 해제 등이 공동성명에 담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낙관적이었다. 표지에 종전 문구를 넣을지, 북·미 정상 사진은 뭐가 좋을지 고민을 거듭했다.
2월27일 오후 2시45분,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이 2시간 당겨졌다는 속보가 떴다. 실무 오찬 취소. 공동성명 서명 취소. 회담장을 떠나는 비스트(트럼프 대통령 전용차). 이상원 기자는 “김정은 위원장 차량이 떠난다는 방송이 나오니 여기저기 한숨이 나오네요. 이제 여기 프레스센터(국제미디어센터)에 본격적으로 멘붕이 온 거 같아요”라고 전했다.
지난해 5월24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취소한 ‘트럼프 편지’가 떠올랐다. 그때도 마감 날이었다. 인쇄기를 멈췄다. 이번에도 제작을 일단 중지시켰다. 베트남 현지 파견 취재진, 커버스토리 기사를 맡은 남문희 기자와 급히 연락했다. 반전의 원인과 전망을 이번 호 커버스토리에 담았다. 마감이 늦어져 평소보다 하루 이틀 늦게 독자들 손에 들어갈 것이다.
지난해 5월 정상회담 전격 취소 내용을 담은 제559호 표지에 ‘세기의 밀당’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 기사 내용대로 북·미는 밀고 당긴 끝에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했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북·미는 또다시 세기의 밀당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다. 다행히 정상회담 종료 뒤 ‘말 폭탄’을 주고받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보기에는 남·북·미·중이 얽히고설켜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김 위원장과 대화해 결과를 알려달라’고 했다. 다시 ‘노련한 중재자(제548호)’ 문재인 대통령 역할도 중요해졌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서명한 공동성명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끝난다. ‘새로운 북·미 관계(new U.S.-DPRK relations) 발전과,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 안전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한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아직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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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의 중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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