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16일 대한민국은 침몰했다. 박근혜 정부가 외면해도 우리는 달라지자고 했다. 잊지 말고 기억해서 안전한 사회로 바꿔나가자고 했다. 가방, 자동차, 핸드폰에 노란색 리본을 달았다. 다짐이고 약속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앞만 보고 달리던 사람들을 멈춰 세웠다. 주변을 돌아보게 했다. 나도 그랬다. 한동안 퇴근하면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3년 뒤 2017년 3월, 스텔라데이지호가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한국인 선원 8명 등 22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가운데 문원준씨(3등 기관사)와 윤동영씨(3등 항해사)는 대체복무를 위해 스텔라데이지호에 탔다. 문씨는 2016년 한국해양대학교 졸업식 때 명예사관장(학생회장)으로 답사를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직접 언급하며 “우리들은 누구보다 오래도록 기억”하고 “설령 사고가 나더라도 무책임하게 회피”하지 말자고 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정말 우리가 달라졌는지 되돌아보게 했다. 언론은 선사 폴라리스쉬핑의 오보에 가까운 보도 자료를 검증 없이 받아썼다. 정부와 선사는 손을 놓았다. 가족들이 또다시 거리에 나섰다. 서명을 받고 주황색 리본을 만들었다. 2014년 4월의 반복이었다. 가족들은 절박했다. 실종자를 찾고 싶었다.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진상규명으로 제2의 스텔라데이지호를 막자는 바람도 컸다.
김영미 편집위원은 사고 초기부터 취재에 나섰다. 스텔라데이지호를 또 다른 세월호로 보았다. 사고 직후 공무원들은 말했다. 전례가 없다고. 김 위원은, 그리고 〈시사IN〉은 전례를 만들고 싶었다. 공무원들은 말했다. 심해 3000m 수색 기술이 없다고. 김 위원은 4개국 67일 장기 해외 취재에 나섰다. 심해 수색 성공 사례를 찾아냈다. 첫 기사 뒤 공무원들은 말했다. 수색은 가능해도 블랙박스 수거는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김 위원은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를 찾았다. 블랙박스 수거 기술을 보여주었다. 김 위원은 수색에 나선 시베드 컨스트럭터호 승선 취재를 외교부에 요청했다. 공무원들은 말했다. 김 위원 건강이 염려되어 취재를 허가할 수 없다고. 이제 공무원들은 말한다. 수색 사흘 만에 블랙박스를 찾은 게 성과라고.
‘공무원’ 자리에 ‘정부’를, 아니 ‘우리’를 넣어 읽어보자. 퇴근 후 안아주던 아이는 어느새 훌쩍 자랐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2014년 4월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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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국 67일, 스텔라데이지호 추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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