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행복한 ‘듣기’가 있을까
  •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 호수 597
  • 승인 2019.02.22 19: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니 매캐슬린 밴드는 록과 일렉트로, 재즈를 넘나들면서도 팝의 감각을 잃지 않는다. 이 밴드의 모든 곡을 추천하고 싶다.

공연을 자주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최근에 강태환·박재천·미연이 함께한 재즈 공연을 봤는데,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60분 동안 세트 리스트는 딱 한 곡. 언어마저 가볍게 초월해버리는 세 장인의 연주에 완전하게 집중한 터였을까. 한 시간 내내 단 한 번도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미국 출신 재즈 색소포니스트 도니 매캐슬린의 내한 역시 마찬가지다. 무조건 가서 ‘타임 리프(시간 여행)’를 경험하려고 달력에 체크까지 끝낸 상태였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이런저런 마감이 겹치면서 도저히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혹시 도니 매캐슬린이라는 이름이 친숙하지 않다면 다음처럼 설명하려 한다. 도니 매캐슬린과 그가 이끄는 밴드는 데이비드 보위에게 선택을 받았던 최후의 연주자들이다. 데이비드 보위의 마지막 음반 <블랙 스타(Black Star)>(2016)에 그들의 탁월한 플레이가 다 담겨 있다.


ⓒEPA미국 출신 재즈 색소포니스트 도니 매캐슬린.

어떤가. 이제 군침이 좀 돌기 시작하나. 이제 도니 매캐슬린 밴드의 진수를 맛볼 차례다. 내가 추천하는 ‘원 픽’은 가장 최근작인 <블로(Blow.)> (2018)다. 먼저 사과의 말을 전해야 할 것 같다. 이 앨범,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는 못 듣는다. 서비스되질 않고 있다. 그래도 괜찮다. 우리에게는 전지전능하신 ‘갓튜브’가 있지 않은가. 유튜브에 ‘Donny Mccaslin blow’라고 치면 그들의 음악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음질도 괜찮은 편이니 걱정은 접어두시라.

추천하고 싶은 곡이 무진장이다. 아니, 그냥 전곡이라 말하고 싶다. 과장이 아니다. 그들의 음악은 재즈에 기반하고 있지만 정말이지 현대적이다. 록과 일렉트로, 재즈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팝적인 감각을 잃지 않는다. 예를 들어 ‘클럽 키드(Club Kidd)’는 록인 동시에 재즈이고, 재즈인 동시에 팝 싱글이다. 록 특유의 8비트 리듬, 이펙트를 잔뜩 먹인 보컬, 여기에 섬세한 동시에 강렬한 재즈 터치가 더해진 ‘뉴 카인드니스(New Kindness)’도 다채롭기라면 뒤지지 않는다.

‘Exactlyfourminutesofimprovisedmusic’은 앞서 언급한 요소들에 펑크(funk)와 일렉트로의 향신료를 강하게 뿌린 결과물이라고 보면 된다. 이 세 곡을 듣다 보면 여러분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이런 재즈는 없었다. 이것은 재즈인가 록인가 일렉트로닉인가. 그도 아니면….” 어디까지나 재즈 베이스이지만 도니 매캐슬린과 그의 동료들은 장르를 종횡무진하면서 ‘듣는다’는 행위의 맛과 재미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하나만 추천하라면 ‘브레이크 더 본드’


기실 나는 아주 조급한 상태다. 이 음반이 얼마나 나를 뒤흔들어놨는지 더 정확한 언어로 설명하고 싶은데 능력 부족을 다시금 절감하고 있다. 다만 이거 하나만은 믿어도 좋다. 여러분은 지금 배순탁이 아닌 데이비드 보위가 추천한 거나 매한가지인 음악을 소개받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쓰고 나니, 여기저기서 신용등급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결론이다. 하나만 골라달라고 하면 ‘브레이크 더 본드(Break The Bond)’를 강력 추천하고 싶다. 서서히 고조되는 도입부를 지나 등장하는 첫 번째 절정에서 일단 나는 넋이 나가버렸다. 이후 전자음이 약 1분간 혼란스럽게 펼쳐지는데, 진짜 중요한 건 이 다음부터다. 대략 5분30초부터 위풍당당하면서도 감동적인 사운드 스케이프가 그대를 압도할 것이다. 살아서 음악 듣는 자의 기쁨을 오랜만에 선물해준 도니 매캐슬린 밴드에게 감사를. 이렇게, 평생 아껴 들어야 할 음악 목록에 또 한 곡이 추가되었다.
Magazine
최신호 보기 호수별 보기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시사IN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