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것인가.’ 기자에겐 놓칠 수 없는 자문(自問)이다. 어떤 기사를 쓸지, 또 어떻게 쓸지는 이 질문에 대한 자답(自答)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라는 똑같은 팩트를 보고도 어떤 기자는 집값 안정화를, 누군가는 부동산 시장 동결이라고 쓴다. 집주인의 시선이냐, 세입자의 시선이냐로 갈리는 세계가 펼쳐진다. 한국 언론은 대체로 중산층 이상의 시선을 내면화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청년 흙밥 보고서〉는 한국 언론에서 보기 드문 ‘빈곤의 시선’으로 사회를 비췄다는 데 의미가 크다. “젊고 건강하고 활기차다는 선입견 아래 가장 쉽게 외면당하는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의 삶을 다룬 기사를 모았다. 주제에 맞춰 재배치했고, 각 장마다 해설을 추가했다. 덕분에 개별 기사로 볼 때보다 더 힘 있게 문제의식을 전한다.
저자가 〈시사IN〉 기자로서 지난 10년 동안 취재해온 청년의 밥·방·돈 등에 대한 치밀한 기록을 담았다. 청년 중에서도 굶는 청년, 지방 청년, 수당을 받는 청년 등 가장 취약한 자리에 있는 이들의 현실에 집중한다.
2008년 기사에 나오는 ‘방살이’ 하는 청춘의 삶은 2019년 현재 오히려 그때보다 더 나빠졌다. 100명 중 47명인 지방 청년이 종종 겪는다는 ‘성찰적 겸연쩍음(도전해도 안 될 것 같다며 포기하지만 그런 자신이 겸연쩍기는 한 상태를 가리키는 말)’은 왠지 서글프다. 청년수당으로 먹을 수 있게 된 달걀 들어간 라면은 자존감의 다른 말이다. 이처럼 책에서 아찔하게 펼쳐지는 2010년대 청춘의 삶은, 현재 한국 사회가 어디에 서 있는지 잘 그려낸다.
그러니까 이 책은 “담담하고 경쾌하게 전혀 괜찮지 않은 이야기를 전하는” 청년의 빈곤에 관한 보고서다. 정책하는 이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통계 속 보이지 않는 가난한 젊음의 삶이 바로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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