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

2월12일 만난 백종건씨(35)는 변호사 신분증 두 개를 꺼내들었다. “오늘 우편으로 받았다”라는 새 신분증은 ‘2019.02.08’ 날짜로 대한변호사협회장 도장이 찍혀 있었다. 같은 내용의 다른 신분증은 2011년 11월25일 발행된 것이었다. 5년 동안 사용했던 그 신분증은 2016년 서울남부교도소에 수감된 이후 효력을 잃었다.

2011년 군법무관으로 4주간 받아야 하는 군사훈련을 거부한 결과였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던 백 변호사는 총을 들 수 없었다. 그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 첫 법조인으로 기록됐다. 수많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마찬가지로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6년 가까이 재판을 받았다. 2016년 징역형이 확정됐다. 변호사 자격도 잃었다.

2017년 5월 출소해 같은 해 10월 변호사 재등록을 신청했지만 대한변협은 ‘3:5(찬성:반대)’로 거부했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확정된 지 5년이 지나지 않으면 변호사 등록을 할 수 없다는 변호사법을 근거로 내세웠다. 앞서 대한변협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적격 의견을 냈다. ‘변호사법을 형식적으로 적용해 등록 거부하기보다는,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을 참작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펼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사이 세상이 변했다. 2018년 6월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넉 달 뒤 다시 변호사 등록 신청을 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그나마 바뀐 건 ‘3:5(찬성:반대)’에서 ‘4:5(찬성:반대)’로 한발 나아갔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2018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현재 정부는 대체복무안 입법을 예고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백종건 변호사는 ‘처음이자 마지막 양심적 병역거부 법조인’으로 남았다. 세 번째 변호사 등록에 도전했다. 2019년 설 연휴를 앞둔 1월29일이었다. 이번에도 낙관할 수는 없었다. 심사를 하는 위원들이 지난번과 같았기 때문이다. 결과는 ‘7:2(찬성:반대)’였다.

달걀로 바위치기를 해왔던 오랜 시간이 쌓여 만든 결과였다. 그 덕분에 고등학생인 막내 남동생은 감옥행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보수 경향이 강한 법조계에서 외롭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법을 막 배웠던 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학교와 사법연수원에서 통설과 판례가 맞설 때는 옳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헌법에는 분명 양심의 자유가 있다고 써놨거든요. 그 대표 사례가 양심적 병역거부예요.”

백 변호사는 헌재와 대법원 판결이 끝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과 기록으로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겪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고통을 살펴봐달라는 말이었다. 당장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3·1절 사면을 요구하는 등 그는 계속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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