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생인 우르줄라 하퍼베크는 극우 성향 매체를 통해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나치)에 의한 유대인 대량 학살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우슈비츠는 노동수용소였을 뿐 가스 학살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는 글도 발표했다. 그는 여러 극우 행사를 돌아다니며 비슷한 발언을 했다. ‘나치 할머니’라 불리는 극우 운동의 상징이었다. 홀로코스트(나치에 의한 민간인 학살) 부정으로 이미 수차례 벌금형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그는 2018년 2월 ‘국민 선동 혐의(독일 형법 제130조에 3항)’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았다.

하퍼베크는 자신에게 내려진 선고가 독일 기본법(한국 헌법에 해당) 제5조에서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3일 명백한 거짓 사실의 확산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토론에 기여하지 않기 때문에 기본법 5조에서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문은 좀 더 정교한 해석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나치 범죄를 긍정하는 발언 자체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근거를 가지고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만, 그런 발언이라도 공적인 평화가 위협된다고 판단될 때는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EPA극우운동가 하퍼베크(아래)는 홀로코스트를 부정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홀로코스트 부인 처벌 규정은 독일 형법 130조 3항에 담겨 있다. 1994년 독일은 나치 시절에 일어났던 홀로코스트와 관련된 범죄를 부정·용인 혹은 가벼운 것으로 치부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벌금형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같은 날 하퍼베크 사건과 함께 다루어진 한 남성의 사건은 파기환송했다. 유튜브를 통해 나치의 범죄를 가벼운 것으로 다루고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들을 비방하는 파일을 올린 이 남성은 3000유로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주 법원의 판결이 이 남성의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남성의 행위가 공공의 평화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데, 재판 과정에서 증명이 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거짓말을 형벌로 대처할 필요 없다” 주장도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범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130조 3항은 독일에서도 논쟁 대상이다. 1960년 인구 중 일부에 대한 혐오를 자극하거나, 그들을 향한 폭력을 선동하거나, 그들을 비방함으로써 공공의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국민 선동에 관한 형법 130조가 통과되었다. 형법 130조를 통해 홀로코스트에 대한 부정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있음에도 새롭게 홀로코스트에 대한 부정을 명시한 3항이 추가된 데에 비판적 시각도 있다. 작가이자 법률가인 호르스트 마이어는 “법률을 강화해 아우슈비츠에 대한 거짓말에서 해방될 수는 없고, 법률 강화는 상징적이고 의식적인 행위일 뿐이며 실천적인 의미는 없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 일부도 아우슈비츠에 대한 거짓말에 더 이상 형벌로 대처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반면 극우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정치학자 하요 풍케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부정을 처벌하는 법률은 필요하다고 옹호했다. 그는 “독일 기본법은 나치 시대에 관한 대답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독일은 특수한 역사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홀로코스트에 대한 부정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