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진은 1980년 5월 당시 〈전남일보〉 사진부장이었다. 그가 몸담은 신문에도 단 한 컷의 사진도 실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5월18일 오전 10시 그는 전화 한 통을 받는다. “금남로가 난리가 나부렀어야”라는 지인의 전화였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시내로 향했다. 사진기자 신복진은 금남로를 내려다볼 수 있는 동구청 옥상에 올라 셔터를 눌렀다. 훗날 5·18 민주화운동을 압축한 한 컷을 찍었다. 완전무장한 공수부대가 곤봉으로 후려치는 장면이다(사진). 항쟁 기간 내내 그의 카메라에는 5월 진실이 담겼다. 전남도청에서 시민군들이 학살당하며 항쟁이 끝나가던 5월27일 새벽, 그는 진실이 담긴 사진을 어떻게 보관할까 고심했다. 신문지와 비닐로 필름을 싼 다음 항아리에 넣어 화단에 묻었다. 경찰과 정보기관은 신문사에서 5월 사진을 압수해 갔다. 그해 해직된 그는 1988년 〈전남일보〉 재창간 준비팀에 합류했다. 마침내 항아리 속 필름을 꺼냈다. 창간호에 그 사진을 실었다. 그의 사진은 1989년 광주 청문회를 비롯해 5월의 진실을 증언하는 데 수없이 제시되었다(신복진 사진집, 〈광주는 말한다〉).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망언 탓에 오랜만에 그의 사진집을 책장에서 꺼냈다. 신복진이 목숨을 걸고 찍었던 시민군 사진들. 극우 인사 지만원씨 등은 이들을 북한군으로 둔갑시켰다. 일베에 이어 국회의원들까지 역사 왜곡에 나서자, 이들을 형사처벌하는 법안을 마련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형사처벌만이 능사는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 지적대로 역사부정의 ‘현재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20~23쪽 기사 참조).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기에 처벌하자는 게 아니라, 왜곡과 부정이 혐오와 차별로 이어지는 지점을 주목해야 한다. 5·18 민주화운동 왜곡은 호남 차별, 나아가 성소수자·장애인·여성 등 마이너리티에 대한 혐오와 차별과도 맞닿아 있을 것이다. 그런 진지한 검토 과정을 거친다는 전제하에 역사부정죄 도입을 이제는 준비해도 되지 않을까. 사진기자 신복진은 5·18 민주화운동 관련법이 제정되고 국가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인 2010년 영면했다. 그의 카메라에 담긴 광주의 진실이 왜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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