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콜스〉가 잊은 줄 알았던 유년의 상처를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청소년기의 상처도 건드려주었습니다.
다 아문 줄 알았던 상처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현재의 상처도 돌아보게 했습니다.
괴물이 입을 열었습니다.
“코너 오말리. 널 데리러 왔다.”
괴물이 벽을 밀며 말했습니다. 벽에 걸린 사진이 흔들립니다. 책과 낡은 코뿔소 인형이 바닥에 굴러 떨어졌습니다.
진짜 괴물입니다. 꿈이 아니라 여기 코너의 방 창문에 괴물이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코너를 데리러 왔습니다. 코너는 도망치지도, 겁에 질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럼 와서 데려가.”
매일 밤 악몽을 꾸는 소년이 있습니다. 아빠는 엄마와 이혼하고 미국에서 삽니다. 코너는 엄마와 함께 영국에서 사는데, 엄마는 암에 걸려서 항암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매일 코너를 폭행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코너는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습니다.
이런 코너에게 어느 날 괴물이 찾아옵니다. 코너를 데리러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코너는 괴물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오히려 괴물에게 와서 데려가라고 합니다.
소설책인가, 그림책인가
코너는 왜 매일 악몽에 시달릴까요? 왜 괴물을 무서워하지 않을까요? 코너의 엄마는 다시 건강해질까요? 코너는 왜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고발하거나 맞서 싸우지 않을까요? 괴물은 왜 코너를 데리러 온 걸까요? 그리고 괴물은 왜 밤 12시7분에 나타날까요?
아마 책 〈몬스터 콜스〉를 넘겨본 이들은 이를 소설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심지어 한국어판 표지에는 그림 작가 짐 케이의 이름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을 그림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삽화책과 그림책을 구분하는 기준은 그림의 창의성에 있습니다. 글의 내용을 반복해 보여주거나 부연해 보여주는 그림은 삽화입니다. 이 경우에 삽화는 글의 내용을 반복해 보여주기 때문에 삽화를 없애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지장이 없습니다. 반면 그림이 이야기를 주도하고 글과 함께 드라마를 완성하면 창의적인 그림입니다. 이 경우에는 그림을 빼면 작품이 완성되지 않습니다.
과연 짐 케이의 그림이 없는 〈몬스터 콜스〉를 상상할 수 있을까요? 짐 케이의 그림은 표지에서부터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압도합니다. 짐 케이는 〈몬스터 콜스〉의 이야기를 온전히 소화해서 자신만의 판타지를 만들어냈습니다. 그 결과 방대한 텍스트조차 자신의 그림 속으로 완전히 빨아들였습니다.
물론 글 작가 패트릭 네스의 문학이 전하는 감동의 깊이와 전율은 대단합니다. 더불어 짐 케이가 만들어낸 음산하고 괴기스러운 블랙 판타지는 주인공 코너가 겪었던 공포와 고통을 실감나게 전달합니다. 탁월한 예술 작품은 사실보다 더 사실적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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