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을 어찌 하오리까
  • 김동인 기자
  • 호수 596
  • 승인 2019.02.1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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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행정안전부가 ‘최적의 광화문광장 재개편안’을 연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광장 공간을 권위주의에서 탈피시키며 어떻게 전통과 맞닿게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설 연휴가 끝나자 이사철이 시작됐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남아 있던 행정안전부(행안부)가 2월7일부터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을 시작했다. 약 1400명이 터전을 옮기는 대규모 이동이다. 이로써 중앙부처 가운데 외교부·통일부·여성가족부만 정부서울청사에 남게 됐다.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주도하고 각종 정부 청사를 관리하는 행안부마저 세종시로 옮기면서, 광화문 정면에 위치한 서울청사는 실질적인 기능보다 상징적 의미가 더 커졌다.

떠나기 전 행안부는 이 공간을 두고 한 차례 홍역을 앓았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주도한 광화문 재개편안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1월21일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개편 공모 당선작을 발표하며 광화문 정면을 동서로 관통하는 사직로 일대를 막고, 원래 이 자리에 있던 ‘광화문 월대’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월대란 광화문 초입에 있던 일종의 ‘석재 데크’를 의미한다. 과거 경복궁은 지반보다 높은 이 월대에 올라서야 광화문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동안 문화재청은 이 월대가 경복궁의 일부분이라며 복원을 주장해왔다.

광화문을 바라보고 동서로 이어져 있는 사직로-율곡로 구간은 일제 때 만든 도시계획에 따라 형성된 구간이다. 이 도로를 놓기 위해 경복궁 일부분인 월대를 파괴했는데 이를 복원하자는 게 문화재청의 주장이다. 전통 방식대로 복원하려면 현재 광화문 앞에 있는 해태상도 원위치인 월대 앞에 놓여야 한다. 자연스럽게 광화문 앞을 지나는 도로가 없어진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국제설계공모전 당선작 ‘딥 서피스(Deep Surface)’ 조감도.
문제는 대안 도로다. 광화문 정면 도로를 없애는 대신 U자형으로 6차선 도로를 놓겠다는 게 서울시와 문화재청의 기본계획이다. 이러면 광화문광장은 크게 두 공간으로 재편된다. 광화문 정면 앞은 ‘역사광장(4만4700㎡)’으로, 세종로공원(정부종합청사 별관)부터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공간은 ‘시민광장(2만4600㎡)’으로 만든다는 게 광화문광장 재개편안의 뼈대다. 이 기본 뼈대는 이번에 당선된 재개편안 설계자가 임의로 만든 게 아니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공모’에 밝힌 ‘공모 지침서’에도 명시되어 있는 일종의 설계 매뉴얼이다.

이 기본 뼈대대로 대안 도로를 놓기 위해서는 현 정부서울청사의 후문 일대 ‘뒷마당’을 허물어야 한다. 정부서울청사 뒤편에 위치한 어린이집, 경비동, 민원실 건물도 철거해야 한다. 행안부는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모 당선작 발표 직후 “정부서울청사 일부 건물 및 부지 포함 문제는 행안부와 합의된 바가 없는 내용”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문화재청까지 나서서 추진한 일을 행안부가 그동안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행안부는 “그동안 수차례 서울시의 기본계획에 대해 부지 침범에 따른 문제를 지적하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라고 말했다. 사전에 조율하지 않은 채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공모전 당선작을 발표했다는 주장이다.

행안부 처지에서는 두 가지가 꼬였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심사를 주도한 인물은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이다. 승 위원장은 1월21일 서울시청에서 광화문광장 재설계안 당선작에 대한 심사평을 직접 남기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행안부도 동의한 정부 차원의 최종 안처럼 보이게 됐다.

다른 하나는 최종 당선작의 세부 내용이다. 이번 당선작의 구상에 따르면, 정부서울청사는 ‘뒷마당’에 이어 주차장이 있던 ‘앞마당’도 광장으로 바뀐다. 광장 한가운데 빌딩만 남는 식이다. 행안부는 이 같은 안에 대해 “공공건물로서 기본적이고 정상적인 운영과 관리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광화문광장 재개편안을 놓고 갈등을 빚은 김부겸 행안부 장관(오른쪽)과 박원순 서울시장.
정부서울청사 ‘울타리’ 지켜줘야 합의 가능


중앙부처의 세종시 이전으로 정부서울청사의 사무실 기능은 사라졌지만, 추후에도 각종 회의가 열리고 의전 기능을 수행하는 ‘서울 본부’로서의 위상을 남긴다는 게 행안부의 구상이다. 지상 주차가 어려운 구조로는 ‘전통적인 방식의 의전’이 어렵다. 관료 조직의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는 안이다. 행안부 수장인 김부겸 장관도 1월24일 <한겨레>와 인터뷰하면서 “새 광화문광장 설계안은 한마디로 정부서울청사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그런 안을 정부청사를 관리하는 행안부 장관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나”라며 반박했다.

서울시는 당장 진화에 나섰다. 서울시 실무진은 1월24일 행안부 관계자와 만난 뒤 “이번 공모 당선작의 청사 내 공간 활용 계획은 당선자의 창의적 제안이다. 연말까지 진행되는 세부 설계 과정에서 양 기관이 적극 협의하기로 했다”라며 한발 물러났다. ‘뒷마당’은 기본 계획에 포함되어 있으나 ‘앞마당’은 작가적 상상력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승효상 위원장도 1월28일 “당선안에서 정부서울청사를 공원으로 만드는 부분은 당선자가 자유롭게 낼 수 있는 ‘계획 범위’인데 실제로 그렇게 조성되는 것처럼 행안부가 오해한 듯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교통정리는 아직 확실치 않다. 연말까지 세부 설계를 추진하는데, 현재와 같은 갈등이 이어지면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서울청사의 ‘울타리’를 지켜줘야 합의가 가능하다. 문화재청, 서울시, 행안부의 이해관계를 일일이 조정하려면 행안부의 ‘앞마당’까지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

범정부 차원의 ‘광화문광장’ 마스터플랜도 다시 조정해야 한다. 당초 광화문광장은 문재인 정부의 ‘광화문 집무실’ 계획과 연동된 구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기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1월4일 이 계획은 공식 철회되었다. 이날 유홍준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은 현 단계에서 광화문 청사로 집무실을 이전하면 영빈관·본관·헬기장 등 주요 기능 대체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며 “청와대 개방과 집무실 광화문 이전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마무리된 이후 장기적인 사업으로 검토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광화문광장 공사가 완료되는 시점은 2021년 5월이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도 안 남은 시점이다.

정치권에서는 마침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인물인 김부겸 행안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립각을 강조하며 광화문광장 논란을 대선 전초전으로 보기도 했다. 김부겸 장관의 쓴소리가 박 시장 견제용으로 불거진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박원순 시장이 5호선 광화문역과 1·2호선 시청역 사이에 GTX 광화문역 신설을 추진하는 등 광화문 권역 재정비를 임기 성과로 삼으려는 걸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개편안이 엄연히 지방정부의 프로젝트이자 청와대와 직접 소통하며 결정한 사안임을 강조한다.

광화문광장 설계용역에 따르면 광장의 세부 설계는 2020년 1월 끝난다. 세부 설계를 정하는 데에는 아직 시간 여유가 있다. 서울시와 행안부는 연말까지 최적의 대안을 찾겠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간단한 협상이 아니다. 과거 권위주의적 정부의 상징과도 같던 정부서울청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광장과 어떻게 어울리게 만들 것이냐는 과제가 남는다. 광화문 재개편안이 발표된 직후 가장 논란이 컸던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 이전 문제도 정부서울청사 문제와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 광장 공간을 어떻게 권위주의로부터 탈피시키며 전통과 맞닿게 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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