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상점 간판에는 중화요리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각(閣)·루(樓)·원(園)·옥(屋) 같은 으리으리한 단어가 없다. 그저 점(店)이나 관(館) 따위 이름이 붙은 ‘작은 가게’뿐이다. LED 장식이 가로등 대신 길거리를 비추고, 향신료 냄새와 여기저기 울려 퍼지는 중국어가 후각과 청각을 마비시킨다. 중국 소도시 하나를 통째 옮겨놓은 듯 날것 그대로다.

서울 지하철 2·7호선이 만나는 대림동은 약 20년간 꾸준히 내국인 인구가 감소해온 지역이다. 2000년 2만4254명이 살던 대림2동은 2018년 1만2758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떠난 자리는 이주민이 채웠다. 2000년 89명에 불과하던 대림2동 상주 외국인은 2018년 9240명으로 늘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외국인은 이보다 많다. 반드시 이곳에 살지 않더라도, 대림동은 중국 출신 이주민에게 일종의 ‘관문’으로 기능한다. 장을 볼 때에도, 스마트폰을 개통할 때에도, 고향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들러야 하는 ‘배후지’다.

〈시사IN〉은 지난해 12월2일부터 올 1월2일까지 한 달간 이곳에서 대림동을 들여다보았다. 기자는 대림2동 대림중앙시장 인근 작은 고시원에서 서른 번의 밤을 보내며 원주민과 이주민, 정착민과 임시 거주민을 만났다. 통계와 법률로는 포착되지 않는 경계에 놓인 삶을 마주했다. 조화와 갈등이 복잡하게 반복되는 이곳에서도 생은 계속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1월18일 금요일 저녁 조선족들이 약속 장소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림역 12번 출구 모습.
ⓒ시사IN 신선영새벽에 남구로역 교차로에 모였던 조선족 노동자들이 봉고차에 타고 일터로 이동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대림2동 한 음식점 종업원이 가게 앞에서 전화를 받고 있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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