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에서 세상을 다시 읽다
  • 김은지 기자
  • 호수 594
  • 승인 2019.02.0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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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양한모

‘삼성 장충기 문자’를 취재하면서 나는 세상에 빛만큼 어둠의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시사IN〉 제517호 ‘장충기 문자에 비친 대한민국의 민낯’ 기사 참조). “존경하옵는 장충기 사장님”으로 시작해 “하해 같은 배려와 은혜를 간절히 앙망하오며”라는 인사 청탁 문자메시지는 ‘세상은 깊고 짙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장자연 사건’ 취재를 하면서 다시금 그때 감정이 소환됐다. 20대 후반의 신인 배우는 한 번이라도 더 대중에게 얼굴을 비추기 위해 술접대 심지어 성접대를 강요당했다고 했다. 계약서에는 ‘갑(소속사)이 제시하는 활동을 수락해야 하고 위반 시 1억원 및 관리 경비를 일주일 이내 현금으로 물어야 한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2007년 장자연씨가 김종승 소속사와 계약해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까지 일이다. 그래서 장씨가 생전 마지막으로 남긴 문건 속 이 문장에 유독 마음이 쓰였다. “저는 술집 접대부와 같은 일을 하고 수없이 술접대와 잠자리를 강요받아야 했습니다.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2009.2.28 장자연.”

그러니까 장자연 사건의 본질은 ‘술접대·성접대 강요’를 밝히는 일이었다. 장씨가 숨진 이틀 후 2009년 3월9일 〈조선일보〉는 진실에 다가가는 보도를 했다. “‘전 힘없는 신인…고통 벗어나고 싶어요’ 故 장자연, 장문의 글 남겨”라는 제목의 기사 중제는 이렇다.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 건 우울증 아닌 연예계 현실. 살아선 침묵할 수밖에….’ 그랬던 〈조선일보〉는 2009년 장자연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기경찰청장으로 장자연 사건 수사를 지휘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조선일보〉로부터 수사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지난 한 달간 취재에서도 이와 관련한 새로운 진술을 확인했다.

2009년에도 지금도 〈조선일보〉 쪽은 장자연 문건 속의 ‘방 사장’과 관련해 법적 대응으로 일관한다. 과거 수사팀이었던 한 경찰관은 〈시사IN〉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때도 〈조선일보〉가 몇십억원씩 고소해서 인지대만 몇천만원이 나올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얘기가 위에서 내려왔다.” 취재 내내 이 말이 자꾸 귀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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