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재판이 한창일 때다. 공중파 방송은 보도를 하지 않았다. 보수 신문사는 국정원의 정상 업무라며 ‘물타기’를 했다. 〈JTBC〉 〈한겨레〉 〈오마이뉴스〉 〈뉴스타파〉 등 몇몇 언론만 ‘진짜 뉴스’를 생산했다. 〈시사IN〉도 화력을 집중했다. 그때 사회팀장이었다. TF팀을 꾸려 5개월차 막내 기자들도 투입했다. 매주 ‘원세훈 법정 중계’를 이어가며 특종 경쟁에 뛰어들었다. 마침 법무부가 윤석열 특별수사팀이 찾아낸 트윗 5만5689개를 ‘서면’으로 국회에 넘겼다. 몇 박스 분량이었다. A4 종이 위에 깨알처럼 적힌 댓글. 그 상태로는 분석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수습을 갓 뗀 기자를 불렀다.


“이틀 안에 디지털로 바꿔라” “감당할 수 있겠냐” 사실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이렇게 해야 일주일 안에는 끝날 것 같았다.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선배!” 수습을 갓 뗀 기자가 호기롭게 대답했다. 이틀 뒤, “끝났습니다.” 콩쥐 기자였다. 두꺼비와 참새 동무들이 도와줬는지 정말 뚝딱 해냈다. 2012년 9월부터 12월 대선 때까지 5만 건이 넘는 국정원 트윗 4개월치를 월별·시간대별·후보자별로 분석해 보도했다. 이 커버스토리(제320호 ‘박근혜 실언할 때마다 조직적 방어 트윗 5만5600건의 선거운동’)의 반향이 적지 않았다. 법정에서 원세훈 변호인들은 검찰이 디지털 자료를 언론에 흘렸다며 따졌다. 훗날 검찰 수사팀도 디지털 자료 출처를 궁금해했다. 콩쥐 기자 동무들(아르바이트생 20여 명)이 도운 ‘디지털 노가다’였음을 실토했다.

독자가 보지 않는 기사는 기사가 아니다. 국정원 댓글 사건 기사를 더 알리고 싶었다. 프로젝트 사이트를 만들고 싶었다. 콩쥐 기자를 다시 불렀다. “너 자신을 믿지 마라” “기한은 일주일이다” 그때도 콩쥐 기자가 외부와 협력을 끌어냈다. 그 덕에 2013년 ‘응답하라 7452’ 사이트(nis7452.sisainlive.com)를 오픈할 수 있었다. 공소장, 판결문, 트윗 원문 등 취재 자료, 관련 기사, 법정 중계를 한데 모았다. 지금도 돈을 들여 이 사이트를 운영한다. 국정원이 다시는 정치 개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다.

그 콩쥐 기자가 바로 김동인 기자다. 김 기자가 지난해 11월 ‘대림동 한 달 살기’ 기획안을 냈다. 김동인 기자·신선영 사진기자가 합작한 35쪽에 달하는 ‘롱폼(long form) 저널리즘’을 이번에 선보인다. 김 기자는 이번에도 지면에만 그치지 않고 동영상 등을 볼 수 있는 프로젝트 사이트(daerim.sisain.co.kr, 1월30일 오픈 예정)를 만들었다. 이번 커버스토리는 대림동이라는 공간 분석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 안의 타자, 재한 조선족을 톺아봤다. 이번 커버스토리를 비롯해 장자연 사건 보도(제593호)처럼 탐사보도와 심층 기사가 〈시사IN〉의 갈 길이라고 믿는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