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판매 여성 위한 의료 서비스 확대해야
  • 윤정원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
  • 호수 592
  • 승인 2019.01.1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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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적발된 성 판매자가 위계·위력에 의해 착취를 당했거나 청소년인 경우는 ‘피해자’로서 보호처분을 받는다. ‘자발적’ 성 판매자와 성 구매자는 처벌을 받는데, 이 중에서 초범에게는 보호처분이 내려진다. 성 구매자에게는 계도를, 성 판매자에게는 자립과 치료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여기에는 사회봉사와 수강명령이 뒤따른다. 2018년 마지막 진료실 밖 강의는, 성 판매 여성들이 수강명령을 받고 들어야 하는 40시간짜리 보호관찰소 교육 중 3시간이었다.

교육은 직업관·자존감 회복·인권·재무관리 등 나름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한번 생각해보자. 단속당해 당장 생계가 어려운데 일주일간 매일 나와서 온종일 듣는 수업이라니. 처음 강의 의뢰를 받았을 때는 고민이 컸다. ‘성 판매가 직업인데 다들 본인이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지만 배란일을 계산할 줄 아는 사람은 20명 중 5명밖에 없었고, 피임 시술인 루프나 임플라논을 아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되었다.

ⓒ정켈

“최소한 콘돔이라도 요구하세요”

그래서 강의는 기본적인 건강관리와 검진, 생활습관, 생리부터 시작한다. 문제는 성매개질환 파트다. 어느 성교육을 가도 ‘콘돔은 기본’이라는 말을 수강생이 세뇌될 때까지 하곤 하지만 여기서는 어렵다. “콘돔은 본인을, 상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데, 아무래도 어려우시겠지요. 그럼 정기 검사라도….” 궁색하게 중언부언하던 1년 전에 비해 요새는 메시지를 단순화했다. “6개월에 한 번씩 검사받으시고 제가 보여드리는 성매개질환 사진을 눈에 익혀두셨다가, 혹시라도 상대방에게서 발견한다면 관계를 거부하거나 최소한 콘돔이라도 요구하세요.”

이미 금전적으로, 신체적으로 위계가 형성된 공간에서 당사자들이 실제 얼마나 “노(No)”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성매매가 발생하는 구조와 권력관계 자체를 개선하지 못한 채 교육만 강조하는 건 판매자의 책임과 자책만 가중시키는 건 아닐까. 성폭력 예방 교육에서 “일찍 다녀라”가 아니라 “가해하지 말라”고 교육해야 하는 것처럼, 여성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는 성매매 근절도, 판매자들의 건강도, 구매자들의 건강도 담보할 수 없다.

수강생 중 한 명은 고등학교 때 가정폭력을 피해 가출했다. 채팅 앱으로 ‘조건 만남’을 하다가 수강명령을 받았다. 현재 검정고시 후 대학에 다니고 있지만 아직도 생활비가 모자랄 때면 채팅 앱에 접속하곤 한다. 관계가 끝나고 상대 남성의 성기에서 헤르페스(염증성 피부 질환)를 발견했고, 결국 물집이 생겨 검사와 치료를 받으러 왔다. “10만원 받은 것보다 검사랑 치료비용이 더 들었네요. 알바비가 들어와서 병원 왔어요.”
성 판매 여성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 서비스가 피임과 성매개질환뿐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생리를 안 해서 임신 검사만 수십 번 하다가 나를 찾아온 한 성 판매 환자는 건강검진 결과 만성 음주와 다이어트 약으로 인한 간경화 수준의 지방간이 진단됐다. 절주와 고지혈증 약을 복용하면서 생리가 되돌아왔다.


운동량이 부족하고 음주와 흡연, 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이들에게는 치과질환, 골다공증, 정신과적 요구에 대한 1차의료 차원의 관심도 절실하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전국 성매매 피해 상담소를 찾아도 된다. 여성가족부는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지원 대책으로 상담소에 의료 지원을 할 수 있는 창구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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