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만 까먹은 6년 전 그 ‘자충수’
  • 홍상현 (<게이자이> 한국 특파원)
  • 호수 592
  • 승인 2019.01.2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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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일본과 중국 간 레이더 갈등은 최근 한·일 상황과 유사하다. 당시 여론을 돌리기 위해 꺼내든 아베 총리의 강공책은 역효과를 냈다.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에 부담이 될 공산이 크다.

2013년 2월5일,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그는 “1월30일 오전 10시경 중국 인민해방군 장웨이 Ⅱ급 프리깃함이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해상자위대 호위함 ‘유다치’에 사격용 레이더를 조준했다”라고 발표했다. 당시 기시다 후미오 외무장관도 “사격용 레이더 조준이 지극히 특이(特異)하며, 유례없는 일이다”라고 논평했다. 이에 앞서 1월19일 오전 5시경 중국의 장카이 Ⅰ급 프리깃함이 해상자위대 호위함 ‘오나미’에 탑재된 SH60 헬기에 사격용 레이더를 겨누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국 측은 레이더 사용은 인정하나 사격용이 아닌 감시용이었다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은 함장의 판단으로 사격용 레이더를 조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중국 측은 부정했다. 당시 아베 신조 총리는 “국제사회의 룰 위반”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Reuter2014년 10월 일본 자위대 창설 60주년 기념식에 아베 신조 총리(가운데)가 참석하고 있다.
최근 한·일 레이더 갈등과 비슷한 이 사건을 살펴보기 위해 당시 아베 총리와 자민당의 상황을 되짚어보자. 5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아베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언급했다. 그는 “2007년 설치한 자문기관 멤버들의 의견을 모아 집단적 자위권 행사 검토에 착수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제1차 아베 정권 때(2006년 9월~2007년 9월) 추진한 중국봉쇄론에 입각한 대외 전략 기조, 즉 자유·민주주의·기본적 인권·법치·시장경제 중심의 ‘가치관 외교’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문제는 이를 추진해가기 위한 동력, 바로 여론의 지지였다.

2009년 54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룬 민주당은 집권 시절 다양한 개혁 정책을 시도하다 한계에 부딪히며 표류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후쿠시마 원전 사고라는 카운터펀치를 맞고 민주당은 정권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것이 곧 아베 총리의 완전한 ‘복권’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2013년 1월 당시 NHK 정치의식 월례 조사에 따르면, 자민당 지지율은 37.8%에 불과했다. 범야권 지지율은 22.1%였고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파가 30.8%, 무응답도 5.4%였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제3차 아베 정권의 분위기는 이때와 다를까? 대일 무역적자 해소를 부르짖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듯 아베 총리는 지난해 말 개정한 신방위대강(新防衛大綱)에 F35B 스텔스 전투기 105대 등 미국 무기를 대량으로 구입하는 조항을 포함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평화헌법(헌법 제9조)을 개정해 국방군을 창설하려는 아베 총리의 야망과 맞물려 있다. F35B 탑재를 위해 ‘이즈모’형 호위함 개조, 즉 전후 최초로 항공모함 도입이나 다른 나라의 내륙지역 공격이 가능한 장거리 순항미사일 정비 등이 ‘중기(中期) 방위력 정비계획’에 포함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국방부 유튜브 갈무리1월4일 일본 초계기(노란 원)가 광개토대왕함 상공에 저고도로 진입한 모습.
지지층 결집엔 실패, 수도권 민심은 심각

하지만 이 모든 정책은 ‘공짜’가 아니다. 북한조차 변화를 보이는 상황에서 막대한 규모의 방위비 예산을 밀어붙이기란 쉽지 않다. 집권 여당은 여론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이렇듯 한·일 레이더 갈등은 미국산 무기 수입 금액이 역대 최고 수준인 7013억 엔으로 불어나자 아베 총리가 2013년에 이어 다시 꺼내든 ‘국내 여론용 강공책’일 수 있다. 레이더 갈등이 불거지기 전 지지율을 보더라도 2013년 상황과 비슷하다. 지난해 12월 NHK 정치의식 월례 조사에서 자민당 지지율은 34.5%로 2018년 조사 기간 중 최저치였다. 반면 무당파와 무응답 비율은 각각 41.1%와 7.6%로 연내 최대치였다.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은 42.4%로 11월에 비해 4.9%포인트나 줄었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11월에 비해 4.6%포인트가 늘어 44.1%로 역전되었다.
지난 1월1일 인터넷 매체 <아메바 TV>와 한 단독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는 한·일 레이더 갈등이 “(한국 측의) 위험한 행위이며, 재발방지책을 확실히 마련해주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심차게 꺼내든 아베 총리의 강공 드라이브는 지지층 결집이라는 효과를 아직까지 내지 못하고 있다.

주일 미군과 관련한 악재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누적된 3800만 수도권 민심의 이반이다. 지난해 10월 도쿄 도 다마 시에서는 미 공군 요코타 기지에 다목적 수송기 ‘V22 오스프리’가 배치되었는데, 잦은 비행훈련으로 인한 소음과 진동 때문에 ‘집에서 텔레비전 소리는 물론 대화조차 하기 힘들다’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지역의 중학교에 낙하산이 떨어지는 사고도 있었다. 사이타마 현에서는 미군 기지 철거 부지에 자위대 병원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데, 사실상 미군 시설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가나가와 현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사가미하라 시 소재 주일 미 육군 사가미 종합 보급창에 방공 미사일 부대 사령부가 들어섰지만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사령부 배치가 시에 일방적으로 통보된(지난해 9월28일) 지 18일 만에 모든 상황이 ‘종료’된 것이다. 현재 사가미하라 시의회에서는 정파를 초월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오는 4월 지방선거와 7월 참의원 선거 때 집권 자민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아베 총리 한 사람의 리더십이 아니라 세이와(淸和) 정책연구회와 시코카이(志公會)라는 자민당 내 양대 매파 파벌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결합해 현 정권을 구성했다. 당선을 중요시하는 ‘세습 의원’ 다수가 아베 내각 각료를 맡고 있다. 이들은 당선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아베 총리 행보와 달리 ‘자기 정치’를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 맥락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이 강경화 외무장관과 통화하면서 레이더 갈등의 조기 해결을 바란다고 말한 것은 그의 ‘본심’일 수 있다.


한·일 레이더 갈등 국면과 유사했던 2013년 당시 중국에 대한 아베 총리의 강공 드라이브는 오히려 무당파 유권자들에게 강한 거부감을 주었다. 그 결과 아베 총리에 맞서 평화헌법을 지키겠다는 일본공산당이 도쿄 도의회 선거에서 제1야당에 오르는가 하면, 참의원 선거에서는 의석을 두 배로 늘리는 대약진을 기록했다. 이번에도 아베 총리의 ‘검투사 퍼포먼스’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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