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왜 죽었느냐”라는 딸아이의 질문 앞에서
  • 우지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 호수 592
  • 승인 2019.01.2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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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새벽부터 어디 가?” “누가 죽어서 멀리 가봐야 돼.” “누가 죽었는데?” “전기를 만들던 젊은 오빠가 그만….” “왜 죽었는데?” “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우면 열이 나잖아. 그 열로 보일러 물을 끓여서 수증기를 만들고, 수증기로 기계를 돌려서 전기를 만들거든. 그러려면 석탄을 큰 벨트로 옮겨야 하는데, 뭐가 자꾸 끼거든. 그래서 그걸, 사람이 봐야 되는데….” “엄마 왜 말을 안 해?”

고 김용균 노동자는 전기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전기를 만드는 일은 국가의 것이다. 원래는 한국전력(한전)이 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초반 전력산업 구조 개편으로 전기 생산은 한국수력원자력과 5개 화력 발전사로 분리되었다. 지금도 발전사는 공공기관이고, 여전히 국가의 공공서비스이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어 노동자들의 파업 때도 유지·운영되어야 하는 필수유지업무이기도 하다.

 

ⓒ윤현지

그러나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주변으로 내몰렸다. 고인이 하던 석탄 취급설비 운전은 원래는 한전이 하다가, 한전의 자회사인 한전산업개발에 맡겨졌다가, 그마저도 한전산업개발의 지분 51%가 자유총연맹으로 매각되면서 민간업체의 몫이 되었다. 말이 좋아 민간업체이지, 5개 발전사의 입찰을 따내는 하청업체나 마찬가지였다. 한전이 100% 출자해 만들었던 알짜 공기업이 관변단체의 자금줄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수의계약이 문제되었다. 그러자 정부는 경쟁 체제 도입을 명분으로 그와 유사한 하청업체를 여럿 육성했다. 그중 하나가 고인이 일했던 한국발전기술이다. 한국발전기술도 남동발전 자회사로 설립되어 민간에 매각되었고, 현재는 칼리스타파워시너지 사모투자 전문회사가 최대 주주이다. 한국발전기술 현 대표이사는 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장 출신이다.

발전소는 하나의 거대한 컨베이어벨트와도 같다. 석탄 취급설비와 보일러 설비, 터빈발전기 설비, 환경 설비는 하나의 공정으로 이어져 있다. 그중에서 석탄을 운반하는 업무는 발전소에 가장 필요한 기초 업무이고, 노동자들이 일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사내하청(하나의 원청에 종속되어 그 원청의 업무 완성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공공서비스를 ‘균열 일터’로 만든 국가

발전사는 업무를 지시하고 관리 감독하며 이윤을 얻는다. 이들의 노동은 발전사를 위한 것이었으되, 원청인 서부발전은 이들의 노동을 지켜주지 않았다. ‘사용’과 ‘책임’은 분리되고, 2인 1조를 위해 필요한 인력이나 도급 비용도 책정되지 않았다. 김용균과 동료들은 지난 3년간 28차례나 시설 개선을 요청했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며, 재입찰을 따내지 못할까 봐 번번이 묵살되었다. 김용균 사고 이전 10년 동안 사망 사고 12건이 일어났고, 그중에는 2017년 사망 사고도 있었는데, 태안화력을 운영하는 서부발전은 무재해를 인정받고 오히려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았다.

“그래서 왜 죽었는데?”라는 딸아이의 질문 앞에서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컨베이어벨트 압착 사고,라고 입안으로 되뇌면서. 어쩌면, 그를 압착시킨 것은 발전소의 다단계 하청 구조가 아니었을까. 공공기관을 자회사로, 자회사를 다시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공공서비스를 조각내서 ‘균열 일터’를 만들어온 국가가 아니었을까. 위험을 전가해도 문제없다고 말해온 사회가 아니었을까. 외부의 거대한 압력에 짓눌려 한 사람의 삶이 바스러질 때, 풀코드 스위치(안전줄·비상정지 장치)를 찾아 온 힘을 다해 당기는 것이야말로 살아남은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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