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식 목사(왼쪽)가 담임을 맡은 안산 상록교회 ‘개종 리스트’(오른쪽)에는 전국에서 온 ‘이단교인’이 적혀 있다.
“누가 이단에 빠졌어요? 어머니? 언니?” 진용식 목사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안산 상록교회 교인은 대뜸 이렇게 물었다. 주일을 맞은 교회에 진 목사를 찾아온 사람은 기자뿐이 아니었다. 진 목사는 교회에 없었다. 방문객들은 교회 2층으로 안내됐다. ‘이단’에 관한 강의가 한창이었다. 몇몇은 바닥에 앉아 열심히 칠판의 내용을 받아 적고 있었다. 차례가 되어 상담실로 들어갔다. “걱정하지 마라. 다 빼올 수 있다”라며 살갑게 첫마디를 건넨 상담사는 기자가 “재판에 대해 묻고 싶어 왔다”라고 하자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상록교회 내부 리스트에는 이곳에서 개종 상담을 받은 사람의 인적사항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서울·인천·대구·전남 등 전국 각지에서 수백 명이 ‘이단’을 믿는다는 이유로 경기도 안산의 작은 교회로 끌려왔다. 상록교회 개종 상담자 명단에는 의뢰인의 이름과 상담자와의 관계도 나와 있다. 남편이 데리고 온 경우가 절반을 넘는다. 나머지도 부모나 형제 등 가족이 데려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록교회가 ‘이단 클리닉’으로 이름난 것은 진용식 담임목사 덕분이다. 그는 한국기독교총연맹(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 부위원장이다. 이단 연구가로도 활동한다. 〈교회와 신앙〉에서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신천지 포교 전략과 이만희 신격화 교리〉 등 한기총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교단에 관한 ‘연구서’도 여러 권 썼다. 한기총에 이단에 관한 문의를 하면 진 목사를 소개해준다. 진 목사는 한기총에서 규정한 이단 교인 가족에게 자기의 경력을 나열하며 “데려오기만 하면 개종시켜 주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리스트에 오른 사람 중 절반에 가까운 이름 옆에는 ‘개종’이라고 적혀 있었다. 개종하지 않았거나 이전 종교로 다시 돌아간 것이 분명한 사례는 고작 10% 정도였다. 

높은 성공률을 자랑하는 진용식 목사의 교화법은 무엇일까. 그는 개종이 필요하다고 여긴 사람들을 교회 옥탑방에 가두고 교리를 외우게 했다. 한 피해자는 “갇혀 있는 동안 한 여성이 팔다리가 부러진 채로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자신은 이곳에 와서 개종했다고 말했다. 나도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던 상황이라 심한 공포를 느꼈다”라고 말했다.

진용식 목사는 교회에 가둬두는 것만으로 개종되지 않는 사람들을 경기도 남양주시 축령복음병원으로 보냈다. 축령복음병원은 이렇게 온 사람들을 ‘종교적 망상장애’라는 병명으로 입원시켰다. 정백향씨(43)는 2001년 1월부터 이 병원에 감금됐다. 당시 간호기록지 첫 페이지에는 ‘교회 목사님, 남편과 함께 admission(승인, 허가)’이라고 적혀 있다. ‘교회 목사님’은 진용식씨다. 정씨는 “그렇게 쉽게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될 줄 몰랐다”라고 말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 그녀는 외출, 산책 등 외부와 접촉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통제당했다. 상록교회와 축령복음병원에서 벗어나려면 진용식 목사에게 ‘개종’ 판결을 받아야 했다. 진민선씨(27)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 진 목사가 놓고 간 책자를 모두 외웠다”라고 말했다.

상록교회, 개종교인 잡아 교세 확장

진용식 목사는 정신병원에서 개종 교육을 마치면 자기가 담임으로 있는 안산 상록교회에 최소 2년간 다니라고 강요했다. 다른 지방에 사는 신도라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정님씨의 개종을 위해 처음 이곳을 찾았던 남편 정 아무개씨(41)는 지금도 집사와 관리부장으로 일하며 상록교회에 다닌다. 2001년 상가건물 한 층과 옥탑방을 쓰던 상록교회는 2008년 현재 단독건물을 가진 중형 교회로 확장했다. 피해자들은 교회가 성장하는 데 ‘개종사례비’가 한몫했다고 입을 모은다. 정백향씨는 “남편이 나를 진용식 목사에게 데리고 갔을 때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한 흰 봉투를 내밀었다. 나중에 남편이 2000만원을 냈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2001년 허름한 건물 한 층과 옥탑방에 있던 상록교회(왼쪽)는 2008년 현재 단독건물을 가진 중형 교회(오른쪽)로 성장했다.
지난 10월23일 진용식 목사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야간, 공동강요·감금) 혐의를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다. 축령복음교회 정신과 의사 신수진씨(39)와 박동균씨(45)는 2심에서 감금죄로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을 고소한 정백향씨는 안상홍증인회(하나님의 교회) 신도라는 이유로 개종을 강요당했다. ‘하나님의 교회’는 ‘하늘 어머니’를 믿는다. 재판 결과에 대해 한기총 측은 “할 말이 없다. 진용식 목사에게 직접 물어보라”며 개인 문제로 떠넘겼다. 한기총 ‘이대위’에 상담한 사람들을 부위원장인 진용식 목사에게 소개했을 때는 다른 태도다.

한편에서는 진용식 목사가 ‘이대위’ 부위원장이라는 직함을 단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진용식 목사가 기독교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캐나다의 크리스천 신학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공부했다는 기간 중에 캐나다에 간 적이 없다. 목사 안수를 받은 곳도 정규 교단에서 인정하지 않은 신학교다.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그의 학력은 ‘초등학교 2학년 중퇴’다. 진용식 목사가 안식교 출신이라는 점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다. 안식교는 한기총이 규정한 대표적 이단이기 때문이다. 상록교회 측도 “진용식 목사가 과거 안식교인이었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상록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이다. 

ⓒ시사IN 박근영정신병원피해자 인권찾기 모임은 기자회견을 열고 진용식 목사에게 인권을 침해당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대학교수라며 권위를 빌려 개종을 강요했다.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도 진용식 목사는 “총신대에서 2002년까지 강의했고, 명지대 강의는 얼마 전 그만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총신대 교무과에서는 ‘진용식’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강의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명지대 강의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사회교육 과정’이다. 정규 대학 강의가 아니다. 〈크리스찬 신문〉 임종권 국장은 “한기총과 진용식 목사는 ‘정통’을 내세워 돈벌이를 한 ‘신종 종교범죄’를 벌였다”라고 말했다. 진 목사의 휴대전화는 해외로 연결되어 있었다. 재판에 대해 묻자 그는 “해외 통화를 오래 할 수 없다. 한국에 들어가면 얘기하자”라며 전화를 끊었다.
기자명 박근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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