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혁신’, 다른 손엔 ‘사회주의’
  • 베이징·양광모 통신원
  • 호수 591
  • 승인 2019.01.15 11: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시대’를 맞이하는 시진핑식 개혁 노선은 안정, 조화 그리고 혁신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공산당 영도, 사회주의 노선 견지라는 기본 원칙 또한 확고하다.
1978년 12월18일 제11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제11차 3중전회)에서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선언했다. 이후 중국은 기적이라 불릴 만큼 달라졌다. 경제 규모는 믿기 어려울 만큼 증가했으며, 국제 위상도 높아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978년 중국 경제의 총생산량은 1495억 달러에 불과했다. 당시 전 세계 경제 총생산량이 8조4619억 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중국은 세계경제 규모의 약 1.8%를 차지했던 약소국이자 개발도상국이었다. 하지만 2017년 기준, 전 세계 경제 총생산량 80조6838억 달러에서 중국은 12조2377억 달러, 약 15.2%를 차지하는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섰다. 경제 규모에서는 이제 유럽연합(12조5895억 달러)과 대동소이하다. 경제 규모를 봤을 때 중국 위로는 이제 미국만 남았다. 2010년까지 10% 안팎의 초고속 성장을 이어오다 2015년부터는 6%대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전 세계 평균 성장률 3.7%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Xinhua지난 12월18일 개혁개방 40주년 경축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유공자 표창을 받은 인사들을 축하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이하여 중국 내부에서는 다양한 활동이 펼쳐졌다. 지난 12월18일, 베이징에서는 개혁개방 40주년 경축대회가 성대하게 열렸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1978년 개혁개방 선언을 1921년 공산당 선언,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과 함께 지난 100년 동안 중국에서 일어난 3대 역사적 사건으로 규정했다. 또한 개혁개방은 중국이 반드시 경유해야 할 길이었으며, 현 시대 중국의 운명을 결정한 한 수라고 평가했다.
 
도시마다 개혁개방 4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논문과 전문가들의 글도 쏟아졌다. 중국의 개혁개방이 괄목상대할 경제성장을 이끈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시대의 개혁을 이끌 시진핑 주석에 대한 관심과 기대도 드러나고 있다. 2018년 11월13일부터 중국 베이징의 국가박물관에서는 ‘위대한 변혁-개혁개방 40주년 경축’이라는 주제로 대형 전시가 열리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망〉에 따르면 2019년 1월1일 기준 누적 관람객이 240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연인원 5만명이 넘는 관객이 찾았다.
 
시진핑 주석은 제19차 당 대회에서 중국이 ‘새로운 시대(新時代)’에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이 규정하는 신시대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발전체제’를 말한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천명하며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강조했던 것처럼 새로운 시대에는 ‘시진핑식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발전체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덩샤오핑이 경제 발전을 주된 목표로 두고 ‘선부론(先富論)’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 등을 내세웠던 것과는 다른 전략이 요구된다.
 
개혁개방 40주년 경축식이 열린 다음 날인 지난 12월19일부터 사흘간 베이징에서는 중앙경제공작회의가 개최되었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중국 최고의 비공개 경제회의인 중앙경제공작회의는 한 해의 경제 성과를 돌아보고 이듬해 경제정책 기조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향후 중국 경제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회의였다. 이 회의에서 중국은 2018년 경제를 “안정 속에 변화, 변화 속에 근심이 있었다고 평가하며, 현재 장기적으로 중요한 전략적 기회의 시기에 처해 있다”라고 분석했다.
 
앞으로 중국의 개방은 어떤 형태일까? 신시대를 맞이하는 시진핑식 새로운 개혁이란 뭘까? 크게 ‘안정’과 ‘조화’ 그리고 ‘혁신’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대내외의 안정적 체제가 중요해졌다. 중국은 더 이상 성장 일변도의 전략으로는 발전을 지속할 수 없다. 무엇보다 중국 내부의 불균형을 해결해야 한다. 덩샤오핑의 선부론에 입각한 개혁개방은 성장을 촉진했지만, 과잉 공급과 소득 구조의 불균형이라는 사회문제를 발생시켰다. 이에 따라 시진핑 정부는 질적 발전(高質量發展)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도 ‘좀비기업(僵尸公司)’의 빠른 처치를 통해 시스템의 안정과 효율의 향상을 중점 과제로 제시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장핑 교수는 이제 중국은 고품질 질적 발전으로 전환하여 경제성장의 효율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둘째, 조화로운 발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중시한다. 특히 환경보호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에너지 소비 구조 개선과 생태환경 보호를 위해 신에너지를 적극 모색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2018년 1월부터는 환경보호세법이 시행되어 오염물질 규제를 통해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의료보험 대상 약품을 확대하는 등 민생 개선 방안도 나왔다. 
 
개혁개방의 생명은 ‘혁신’ 
 
지역 간 조화도 중시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까지 자유무역시험구 총 12곳을 지정해 덩샤오핑 시대의 경제특구보다 발전된 형태의 무역·자본 자유화와 위안화 역외센터 육성을 해나가고 있다. 특정 연해 지역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성(省)별로 고르게 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각 성과 지역별 경제 현황에 맞춰 자유무역구를 특성화해 육성할 계획을 밝혔다. 
 
셋째, 혁신이 신시대 중국 발전의 중요한 줄기가 될 전망이다. 시진핑 주석은 개혁개방 40주년 경축대회에서 혁신이 ‘개혁개방의 생명’임을 강조했다.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첨단기술 및 서비스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발전을 통해 산업구조를 재편하려 한다. 시진핑 주석은 2019년 신년사를 통해서도 다양한 인재를 존중해 그들의 창조 능력이 충분히 발휘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감세와 수수료 인하를 통해 기업의 활력을 증진시키겠다는 약속도 했다. 단결을 통한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도 앞으로 제조업의 기술혁신을 통해 ‘기술 굴기’를 지속할 뜻을 내비쳤다. 칭화대학 경제관리학원 리다오쿠이 교수는 중국이 독자 혁신 강화에 치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기술혁신과 산업구조 개혁의 잠재력이 아직도 매우 크므로 경제 발전에 충분한 동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안정·조화·혁신’ 키워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중국은 여전히 ‘공산당 영도’ ‘사회주의 노선 견지’라는 기본 원칙을 저버리지 않았다. 이 기본 원칙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경제 발전도 용인될 수 있다. 만약 기본 원칙이 침해된다면 언제든지 당과 국가의 이름으로 제재할 수 있다. 


 
Magazine
최신호 보기 호수별 보기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시사IN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