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씨가 일하던 일터, 안전한가요?
  • 태안 나경희 기자
  • 호수 591
  • 승인 2019.01.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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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용균씨 동료들의 작업장에는 안전 대책이 세워졌지만, ‘주먹구구식 처방’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시사IN 이명익12월21일 고 김용균씨의 회사 동료가 ‘청와대 행진’ 시위 중 고인의 사진이 들어 있는 피켓을 들었다.
‘2인1조로 작업할 것.’ 지난 12월12일 태안 화력발전소 1~8호기 하청업체 노동자 김성도씨(가명)는 갑작스러운 업무 지시를 들었다. 김용균씨가 홀로 작업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다음 날 내려진 조치였다. ‘소음이나 분진이 발생하는 경우 두 명의 작업자가 동행해야 한다’라는 점검 지침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비난이 쏟아지자,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에서 급히 2인1조 근무를 지시한 것이다.
사고가 난 9~10호기는 12월13일 낮 가동을 멈췄기에, 여전히 돌아가는 1~8호기에서 먼저 2인1조가 시행되었다. 그러나 인원은 추가되지 않았다. 한 명이 혼자 한 구역을 점검하던 방식에서 두 명이 함께 두 구역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두 명이 같이 움직이는 대신 점검해야 할 구역이 두 배로 늘어났다. 김성도씨는 “상상도 못했던 해결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홍보 담당자는 “(하청인) 한전산업개발 쪽에서 인력을 충원해달라는 건의가 왔고, 2월1일부터 네 개 과에 각 네 명씩 충원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1~8호기는 현재 네 과로 이루어져 있고, 과마다 24명으로 구성돼 있다. 네 명이 충원되면 과마다 28명으로 늘어난다. 김성도씨는 “현재 각 과에서 혼자 작업하는 작업장이 열두 곳이나 된다. 네 명만 늘려주면 나머지 여덟 곳의 작업장은 어떻게 하나. 계속 주먹구구식 2인1조를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한 번 근무할 때 3회 점검이 2회 점검으로 줄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주간 근무를 하면, 오전 7시와 오후 1시에 각각 한 번씩 점검을 한다. 점검이 끝난 오후 2시부터는 컨베이어벨트를 멈추고, 이상이 생긴 구역을 정비하거나 불이 붙지 않도록 떨어진 석탄(낙탄)을 치운다.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고 있을 때 위험을 무릅쓰고 했던 일을 이제는 적어도 멈춰놓고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서부발전, 전 직원에게 보안 각서 받아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현실적으로는 라인을 그 시간 내내 멈춰놓을 수가 없다”라고 입을 모았다. 업무 지시처럼 오후 2시부터 정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후 3시나 오후 4시까지 컨베이어벨트를 돌리는 날이 많다. 그만큼 정비할 시간도, 낙탄을 치울 시간도 짧아진다. 빠듯한 시간 안에 밀린 업무를 대충 처리하다 보면, 화재나 설비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더 높아진다. 책임은 고스란히 하청업체에 돌아간다. 하청업체 직원의 업무 영역에서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이다.


김용균씨 사고 이후 별반 달라지지 않은 노동 현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이들은 하나같이 조심스러워했다. 김성도씨를 비롯한 1~8호기 동료들은 실제 이름은 물론이고 나이, 경력, 구체적 근무지 등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김용균씨 사고가 발생한 이후인 지난 12월26일 한국서부발전은 ‘업무상 비밀과 관련된 사항으로서 외부에 유출될 경우 회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내용을 언급하지 않는다’라는 보안 각서에 전 직원이 서명하도록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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