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노동자’의 날마다 정면승부
  • 송지혜 기자
  • 호수 589
  • 승인 2019.01.0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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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작가(26)는 ‘뜨겁다’. 그와 인터뷰하고 기사로 담아내는 사흘 사이에, 작가의 인터뷰가 실린 문학잡지가 발행되는가 하면 라디오·팟캐스트 두 곳에서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난 11월에는 <일간 이슬아 수필집>과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문학동네)를 출간했다. 독립출판물로 펴낸 <일간 이슬아 수필집>은 동네서점이 꼽은 가장 많이 팔린 책이자 가장 추천하는 책으로 이름을 올렸다. <시사IN> 행복한 책꽂이 3부 편집자가 꼽은 ‘올해의 저자’ 후보에도 올랐다.

‘일간 이슬아’는 학자금 대출 2500만원을 갚기 위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한 편씩 글을 써서 독자에게 이메일로 보낸 프로젝트다. SNS로 구독자를 모집했다. 6개월 연재한 끝에 책 <일간 이슬아 수필집>에 묶였다. 학자금은 다 갚았다. 그의 시도는 새롭고 또 대단해서 여러 매체에서 회자되고는 했지만 그 바탕에는 탄탄한 필력과 독자의 마음을 깊이 어루만지는 서사가 있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
이슬아 지음
독립출판물
이슬아 작가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문장을 더 아름답게 다듬었다. 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최진규 포도밭출판사 대표에게 의뢰해 그와 3주간 메일을 주고받았다. “교정을 받는 과정이 매우 황홀했습니다. 그가 고쳐준 문장이 100% 더 좋았고요.” 제목의 뜻은 의미랄 게 없다. ‘이슬아가 매일 쓴 수필집’이 전부다. “제목과 표지가 밋밋하고 담백해요. 마케팅에는 힘을 주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덧셈이 많은 마케팅에 지쳐 있었나 봐요.” 책은 한 달 만에 4쇄를 찍었다.

그는 스스로를 ‘연재 노동자’라고 부른다. 작가라는 호칭은 민망하기만 했다. 글쓰기를 예술의 영역으로 보아 숭고하다고 인식하면, 돈 이야기를 꺼내기가 곤란했다. 몸과 시간을 쓰는 일인 만큼 ‘노동’을 강조하고 싶었다. 지금은 독립출판업자라고도 말한다.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발급받지 않아서 대형서점에는 입고할 수 없지만 원하는 책을 자유롭게 만들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무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글을 쓸 순 없을까

소속한 단체 같은 건 없지만 그에게는 자신의 플랫폼 ‘일간 이슬아’가 있다. 사람들이 ‘이슬아’를 알든 모르든, ‘일간 이슬아’ 안에서 자신을 본격 ‘세일즈’한다. “사람들이 ‘이슬아가 정면승부를 한다’는 느낌을 받길 바라요.” 연재를 알리는 홍보 포스터만 보더라도 계절감이 드러나는 개성 있는 옷, 복고적인 헤어스타일, 적당히 의식한 포즈, 심지어 “한 편당 500원에 만나보실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적힌 고딕체 등 모든 곳에 ‘이슬아’가 있다.

ⓒ시사IN 신선영이슬아 작가(위)는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글을 썼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에 등장하는 슬아, 또는 슬아의 이야기는 선하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자기 자신이 글을 만들기 때문에 미화하거나 극적으로 보이게끔 할 수 있다. 그래서 수필은 독자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속이기 좋은 장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수필이지만 픽션이라고 소개하는 이유다. 책에 등장하는 친구 하마, 아빠 웅이, 엄마 복희는 실제 인물이지만 그들이 수필을 쓴다면 전혀 다른 글이 완성되리라고 생각한다.

솔직하지만 아무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글을 쓸 순 없을까? 그 때문에 언젠가는 수필인지 본격 소설인지 모를 애매모호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5년간 10대와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겪은 일, 글쓰기 수업을 하며 만난 중년 여성들 이야기, 아빠 웅이의 노동 등 못다 한 이야기가 많다. 조만간 돌아올 ‘일간 이슬아’에는 인터뷰 코너를 꼭 넣고 싶다. “타인에 대해 쓰고 싶어요. 나에 대해 말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게 훨씬 많아요. 이왕이면 좋은 자의식과, 타인에 대한 정확한 의식으로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일간 이슬아’를 통해 성장하고 싶어요.” 그는 ‘성장’ ‘단련’ 같은 단어를 거듭 말했다. ‘일간 이슬아’가 담아낼 다음 글을 기대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희한한 책 덕분에 
서점 주인이 행복

이슬아 작가의 책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읽자마자 ‘나는 이런 수필을 쓸 수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도 글을 쓰고 싶어졌다. 희한한 책이다.
그의 작품은 내가 잘 쓰고 싶다고 생각해온, 그런 글이었다. 일상적인 소재로 어깨에 힘주지 않는, 다정한 마음을 담은 글, 훌훌 읽히는 편안한 문장과 일상적이지만 지루하지 않은 표현, 등장인물에 대한 다정한 시선. 무엇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어 책을 읽는 내내 자꾸 코끝이 찡해졌다. 게다가 580쪽에 가까운 두꺼운 책을 멈추지 않고 한 번에 읽을 수 있게 만든 힘이 대단했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의 서문에 적힌 문장이 눈길을 끈다. ‘매일 용기를 내서 썼다.’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쓴다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일 테다. 그저 당차게 보이는 사람에게도 불안하지 않은 면이 없을 리 없다. 그럼에도 연약한 자기 자신을 꺼내어 보이고 꾸준히 써내는 그와 그의 삶을 애정하며 응원한다. SNS와 각종 미디어에 노출된, 눈에 띄게 사는 젊은 여자에게 닿을 시선이 어떠할지 짐작하기에 더 많이 응원하고만 싶다.

그러니까 나는 이런 글은 쓸 수 없을 것이다. 솔직하지도 못하고 용기도 없고, 무엇보다 애정하는 이들에게 표현조차 할 줄 모르는 사람이므로. 그러나 다정한 글은 언제나 예쁘고 가슴 찡하게 한다. 글을 쓰지는 못하더라도 읽을 수는 있어서 다행이라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고 파는 사람이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오래 책방을 하고 싶어졌다. 에바 (스페인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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