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떤 위험을 예비할 수 있다고 하자. 그 위험에 대해 사랑하는 이에게 시급하게 알려주어야 하는데 말을 잃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그렇게 말이 사라진 자리에 놓인 것이 시라는 생각을 한다. 말로 표현되어 있지만 전혀 다른 배열을 가지고 있기에 통상적인 규율 아래의 소통이 불가능해진 것이고 다만 언어를 구축할 뿐이라고. 말 이외의 모든 것, 곧 이미지·소리·촉각·온도·질량감·부피·이동성 등을 성취해내 전달한다고. 그리고 강성은의 시가 그런 말 없는 가운데 말하는 시의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책 제목인 ‘Lo-fi’(로파이)는 우리말로 바꾼다면 ‘저음질’이 될 수 있을 그의 세 번째 시집을 아주 예민한 기척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때는 그의 시가 간절한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나의 간절함이 그런 독법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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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잃은 충동이 정치와 만나면
통제 잃은 충동이 정치와 만나면
김겨울 (유튜브 ‘겨울서점’ 운영자)
첫 챕터를 읽는 순간 예감했다. 올해 내가 읽은 책 중 몇 권을 꼽아야 한다면 반드시 들어갈 책이라는 것을. 마크 릴라의 〈분별없는 열정〉은 20세기 유럽의 걸출한 철학자들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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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너는 누구냐
GDP, 너는 누구냐
김공회 (경상대 교수)
“정책 입안자들은 지나치게 국내총생산(GDP)에 의존한 탓에 경기침체가 경제적·사회적으로 어떤 파급효과를 내는지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가 지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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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닭·돼지에 바치는 추도문
개·닭·돼지에 바치는 추도문
김다은 (CBS 라디오 PD·팟캐스트 〈혼밥생활자의 책장〉 제작)
〈고기로 태어나서〉를 읽는 데 별도의 목적이 필요하진 않다. 채식을 하려고, 동물권을 신장하려고 ‘이걸 읽어보라’ 권하고 소개하는, 그런 수단으로 쓰이기엔 아쉽다는 뜻이다.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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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는 마음을 찾아서
책을 펴내는 마음을 찾아서
엄지혜 (예스24 기자)
올해 출판계는 에세이의 압승이었다. ‘~했어, ~이야, ~괜찮아’로 끝나는 장문형 제목을 마주하며 나는 홀로 오글거렸지만 어떤 ‘마음’은 느낄 수 있었다.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