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꼽은 2018년 최고 앨범 두 장
  •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 호수 590
  • 승인 2019.01.04 17: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이수미의 와 라이프 앤 타임의 는 한국 록의 큰 성과이다.
2019년이 밝았다. 2018년에 좋은 음악을 많이 소개하려 했지만 미진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준비했다. 내가 꼽은 2018년 최고 앨범 2장이다. 단, 조건이 있다. 실시간 차트 100위권에서 보기 어려운 음악을 먼저 고려했고, 장르는 ‘(모던) 록’으로 한정했다. 이 지면을 통해 다뤘던 뮤지션·밴드일 경우 공평성을 위해 제외했다. 앨범 2장을 소개한다.

먼저 세이수미의 <Where we were together>이다. 이 음반은 참 기묘하다. 달콤한 멜로디가 흐르는데 그 정서는 낙천과는 거리가 멀고, 록 밴드의 외양을 갖춰 리듬을 몰아붙이는데 분위기는 쓸쓸한 노스탤지어를 품고 있다. 세이수미는 부산 출신 밴드다. 비치보이스가 그랬던 것처럼 서프 록(Surf Rock)의 서사를 갖추고 있지만 둘 간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비치보이스가 동경하던 해변이 젊음과 활력으로 꽉 차 있다면 세이수미가 노래하는 해변에는 인적이 영 드문드문하다는 것이다.

ⓒ세이수미 페이스북 갈무리세이수미(아래)는 언니네 이발관 이후 ‘기타 팝’ 장르의 최고수이다.

하긴, 해변의 낭만이라고 해도 거기에는 여러 층위가 존재하지 않겠는가. 마냥 행복한 기운으로 가득한 낭만이 있는가 하면 달콤쌉싸름한 추억이 그늘져 있는 낭만에도 우리는 귀를 기울이곤 한다. 수록곡 중에서는 ‘Old Town’이 이를 대표한다. 세이수미는 이 곡에서 빗발치는 기타 리프를 바탕으로 역동적인 리듬을 몰아치지만 곡 전반을 지배하는 정서는 과거에 대한 ‘향수’이거나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이다. “모두가 이 오랜 동네를 떠났지. 나만 이 동네에서 나이를 먹네”라는 노랫말이 단적으로 말해준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기타 리프가 터져 나오자마자 “어어?”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무심한 듯 툭툭 내뱉는 보컬도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는 귀에 착착 감기는 맛이 상당한데 이 정도면 거의 백종원급 아닐까 싶다. 이 곡을 포함한 앨범의 장르를 보통 ‘기타 팝’이라 정의한다. 단언컨대, 언니네 이발관 이후 이 장르에서는 세이수미가 최고다.

라이프 앤 타임의 <Age>는 정교하면서도 창조적이다. 간단하게, 연주를 끝내주게 잘하는 동시에 작사·작곡 면에서도 탁월함을 보여준다는 의미다. 라이프 앤 타임은 이미 2015년 데뷔작 <Land>를 통해 자신들의 재능을 한껏 드러냈던 바 있다. 그래서 궁금했다. 과연 이 탁월한 밴드가 이보다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하루빨리 알고 싶었다.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연주

1집에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증명한 그들은 <Age>를 통해 한층 미세한 영역으로 진입해 듣는다는 행위의 즐거움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잠수교’를 틀어보라. 심플하고 간명하게 구간을 반복하는 플롯을 지니고 있지만 이를 수놓는 연주는 정교하기 이를 데 없다. 영화로 따지자면 미장센이 완벽에 가까운 케이스라고 표현할 수 있다. ‘뚜벅뚜벅’ ‘뉘엿뉘엿’ ‘꾸물꾸물’ 등의 의태어를 활용한 가사는 여기에 참신함이라는 왕관을 씌워준다. 후반에 수록된 ‘연속극’도 빼어나긴 마찬가지다. 그중에서도 1분 즈음의 변주 지점과 3분이 조금 못 되어 튀어나오는 트럼펫 연주에 주목하길 바란다. 그들의 향상된 작·편곡 능력을 여실히 증명하는 까닭이다. 이 외의 모든 곡에서 전에는 없었던 여유가 넘실거린다. 그러면서도 연주의 나사를 조여야 할 때는 능숙하게 쭉 조일 줄 안다. 수록곡 제목 그대로 한국 록의 ‘정점’이라 불릴 만한 앨범이다. 



Magazine
최신호 보기 호수별 보기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시사IN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