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5일 뇌물 혐의 등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집행유예로 서울구치소를 나섰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결코 밝지 않은 그의 표정은 시민들의 성향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해석된다. ‘국가 경제에 대한 기여가 투옥으로 돌아온 억울함’ 혹은 ‘국정 농단 부역이란 큰 죄로도 처벌에서 면제되는 금수저의 뻔뻔함’.
저 표정의 이중성은 삼성과 한국 경제의 이중성이며 모순이다. 부자 세습의 봉건적 그룹 시스템에서 글로벌 최첨단 산업이 성공적으로 육성된 모순. 세계의 강고한 경제 강국 중 하나인 한국이 시민들에겐 ‘헬조선’일 뿐인 모순.
모순의 해결을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는 것이, 이 부회장에게 녹음기와 마이크를 들이민 기자들의 간절하고 열정적인 표정에서 명확하게 나타난다. 삼성 일가는 그 답변을 새해엔 어떤 형식으로든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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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잡은 손의 시간
맞잡은 손의 시간
사진 이명익·글 김현(시인)
만 24세의 비정규직 발전 노동자 김용균씨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 컨베이어벨트에 말려 들어가 머리와 몸이 분리되었다는 처참한 얘기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무릎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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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동료들은 안전하게 늙기를…
아들의 동료들은 안전하게 늙기를…
사진 이명익·나경희 기자
빈소는 2교대로 돌아갔다. 주간 근무가 끝난 사람들이 돌아오면 야간 근무를 하러 가는 사람들이 일어섰다. 컨베이어벨트에 삽이 휘말려 들어갈 뻔했던 순간을 이야기하다가, 용균씨가 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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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고 평평한 세계로
환하고 평평한 세계로
사진 이명익·글 박서련(소설가)
가끔 코아리빙텔 317호를 생각한다. 2평 남짓, 기본 옵션 침대, 책상, 옷장. 317호의 문은 복도 끝의 비상구 문과 직각으로 만났다. 비상구 문 밖에는 딱 한 사람이 설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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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악수
늦은 악수
사진 신웅재·글 은유(작가)
11년 전엔 괴담이었다. 국내 일류 기업 공장에서 일하다가 사람이 죽고 병을 얻었다는 외침은 ‘말’이 되지 못했다. 듣는 사람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말’의 형태를 얻었다. 삼성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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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0여 일을 견딘 당신의 출근
4600여 일을 견딘 당신의 출근
사진 신선영·글 김금희(소설가)
이 당연한 일상을 맞기 위해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생각하다가 당신은 문득 울 수도 있을 것이다. 복직을 위해 견딘 13년, 4600여 일의 시간이, KTX 해고 여승무원들의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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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과 전선
전선과 전선
사진 장성렬·글 손아람(작가)
그들은 무채색 옷을 즐겨 입는다. 때로 경찰처럼 입는다. 경찰을 기다리지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대신 경찰의 일을 한다. 그리고 그들은 무표정에 익숙하다. 말이 적다. “씨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