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엔 괴담이었다. 국내 일류 기업 공장에서 일하다가 사람이 죽고 병을 얻었다는 외침은 ‘말’이 되지 못했다. 듣는 사람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말’의 형태를 얻었다. 삼성 직업병. 반올림, 황상기, 김시녀, 한혜경…. 세상일에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아는 시사용어가 된 단어들. 가장 늦게 알아들은 건 삼성이다. “내 딸을 살려내라”는 아비에게 처음엔 500만원을, 산업재해 역학조사가 시작되자 10억원을 내밀던 ‘검은 손’이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을 치르는 ‘하얀 손’으로 돌아왔다. 1023일 노숙 농성을 마치던 날, 한 반올림 활동가는 울먹이며 외쳤다. “이렇게 해결할 수 있는 걸 왜 지금까지 안 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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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0여 일을 견딘 당신의 출근
4600여 일을 견딘 당신의 출근
사진 신선영·글 김금희(소설가)
이 당연한 일상을 맞기 위해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생각하다가 당신은 문득 울 수도 있을 것이다. 복직을 위해 견딘 13년, 4600여 일의 시간이, KTX 해고 여승무원들의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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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표정
삼성의 표정
사진 신선영·글 이종태 기자
2월5일 뇌물 혐의 등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집행유예로 서울구치소를 나섰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결코 밝지 않은 그의 표정은 시민들의 성향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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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낼 수 없는 강제징용의 무거움
이겨낼 수 없는 강제징용의 무거움
사진 주용성·글 김숨(소설가)
사라진 시계, 사라진 창, 사라진 문… 사라진 거울 앞에 두 손과 발을 모으고 앉으면 되살아나는 공포, 수치심, 굶주린 얼굴들, 썩은 콩깻묵 냄새, 설사, 벌거벗은 등짝을 후려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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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과 전선
전선과 전선
사진 장성렬·글 손아람(작가)
그들은 무채색 옷을 즐겨 입는다. 때로 경찰처럼 입는다. 경찰을 기다리지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대신 경찰의 일을 한다. 그리고 그들은 무표정에 익숙하다. 말이 적다. “씨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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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위의 절실함 오체투지의 간절함
굴뚝 위의 절실함 오체투지의 간절함
사진 정택용 글 이창근(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전 기획실장)
달과 별이 방향을 잡는다. 지쳐 있는 등을 바람이 밀어 세워 하루를 버티게 한다. 폐까지 밀고 들어오는 연기는 더 큰 호흡의 중요함을 일깨우고, 절망을 비워낸 그 공간만큼 내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