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보고 나온 청소년들이 이런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힘들었지?” “고생 많았어.” “괜찮아.” 어느 누구도 수능 점수로 비난받거나, 어른들이 정해놓은 룰에 의해 자기 가치를 훼손당하는 느낌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세상이 그렇지 않으니까,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어른들이 더 많으니까 어쩌면 마음이 다칠 일이 많을지 몰라. 그 상처가 자신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자기 자신을 다정하게 대해줬으면, 누구도 위로해주지 않더라도 그 시간을 지나온 자기 자신을 위로해줬으면 좋겠다. 아주 먼 미래의 일로 불안해하거나 과거의 자신을 누구보다도 앞장서 비난하느라 지금의 이 시간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이 웃고, 사랑하고, 경험하는 이십 대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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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 그 후
학살, 그 후
사진 주용성·글 김형민(SBS CNBC PD)
사람 눈도 짐승 눈처럼 빛난다는 거 알아유? 그날 총 겨눈 태극단원 흘낏 쳐다봤다가 소스라쳤다니께. 눈에서 시퍼런 불기둥이 튀는디… 그런 걸 살기라 하나 싶었소. 감나무집 네 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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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터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이 포스터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사진 김현성·글 서늘한여름밤(만화가)
짜릿했다. 또래 여성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는 것이. 페미니스트와 서울시장이라는 당연하지만 낯선 단어 조합이. 신지예와 눈 마주친 사람들은 그 안에서 무언가 깨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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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떠난 자리에서
노회찬이 떠난 자리에서
사진 정병혁·글 이상원 기자
새벽 4시 ‘6411번’ 버스에 올랐다. 여느 통근 버스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낯익은 이들끼리 가벼운 농담이 오갔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강남의 한 백화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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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왜 바닥을 기어야 하지?
우린 왜 바닥을 기어야 하지?
사진 최인기·글 장혜영(작가·〈어른이 되면〉 감독)
늘 궁금해. 왜 나의 불행은 다른 사람들의 것보다 더 값이 나가는지. 왜 내 삶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힘이 든다”고 말하는지. 내가 그렇듯 모두에겐 힘든 순간들이 있겠지.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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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혐오의 눈길이 난감한 사람들
공포와 혐오의 눈길이 난감한 사람들
사진 성남훈·글 조해진(소설가)
1951년부터 세계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을 맺으며 ‘난민’에 대한 정의를 공유했지만, 우리에게 이 단어는 2018년 5월이 되어서야 실체가 되었다. 나는 알 수 없었다. 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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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웃음을 닮은 사랑
한없이 웃음을 닮은 사랑
사진 신선영·글 박상영(소설가)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회원 자격으로 대구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한 정은애씨(54)가 자신의 아이를 소개한다. “저희 아이는 트랜스젠더로 젠더퀴어, 바이젠더, 팬로맨틱, 에이섹슈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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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정장을 입는다
보수는 정장을 입는다
사진 박민석 신선영·글 임지영 기자
약속이나 한 듯 구두는 검은색이었다. 말끔히 차려입고 도착한 곳은 서울역 광장. 평창 올림픽이 아니라 ‘평양 올림픽’이 될 위기였다. 북한 예술단 점검단이 서울역에 도착하자 인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