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6411번’ 버스에 올랐다. 여느 통근 버스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낯익은 이들끼리 가벼운 농담이 오갔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강남의 한 백화점 앞에서 내리는 이들의 낯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허리가 굽고 어깨는 작아졌다. 버스 승객이 청소 노동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어느 새벽 고 노회찬 의원도 봤던 장면일 것이다. 노 의원은 ‘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라는 연설에서 이들을 ‘투명인간’이라고 불렀다. 정치는 수많은 투명인간들의 고단한 삶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그는 믿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새벽 버스를 찾는 정치인이 다시 나올까? 이름 없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고통을 드러낸 이가 2018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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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 신부님이 하늘을 바라보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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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노순택·글 유현아(시인)
하늘을 바라보는 것, 그것은 희망일 수도 있지만 절망일 수도 있다.바닥을 바라보는 것, 그것은 죄책감일 수도 있지만 상관없음일 수도 있다.그래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응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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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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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터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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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현성·글 서늘한여름밤(만화가)
짜릿했다. 또래 여성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는 것이. 페미니스트와 서울시장이라는 당연하지만 낯선 단어 조합이. 신지예와 눈 마주친 사람들은 그 안에서 무언가 깨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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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힘들었지? 고생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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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석진·글 최은영(소설가)
수능을 보고 나온 청소년들이 이런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힘들었지?” “고생 많았어.” “괜찮아.” 어느 누구도 수능 점수로 비난받거나, 어른들이 정해놓은 룰에 의해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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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왜 바닥을 기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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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인기·글 장혜영(작가·〈어른이 되면〉 감독)
늘 궁금해. 왜 나의 불행은 다른 사람들의 것보다 더 값이 나가는지. 왜 내 삶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힘이 든다”고 말하는지. 내가 그렇듯 모두에겐 힘든 순간들이 있겠지.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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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혐오의 눈길이 난감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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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성남훈·글 조해진(소설가)
1951년부터 세계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을 맺으며 ‘난민’에 대한 정의를 공유했지만, 우리에게 이 단어는 2018년 5월이 되어서야 실체가 되었다. 나는 알 수 없었다. 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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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웃음을 닮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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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신선영·글 박상영(소설가)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회원 자격으로 대구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한 정은애씨(54)가 자신의 아이를 소개한다. “저희 아이는 트랜스젠더로 젠더퀴어, 바이젠더, 팬로맨틱, 에이섹슈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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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정장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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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민석 신선영·글 임지영 기자
약속이나 한 듯 구두는 검은색이었다. 말끔히 차려입고 도착한 곳은 서울역 광장. 평창 올림픽이 아니라 ‘평양 올림픽’이 될 위기였다. 북한 예술단 점검단이 서울역에 도착하자 인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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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떠난 지 1년 ‘새벽 버스’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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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기자
새벽 3시57분 버스에 시동이 걸렸다. 전광판에 ‘146 상계 7단지-강남역’ 글자가 선명해졌다. 이 시간 146번 버스 종점인 서울 노원구 상계동 7단지 영업소에는 매일 같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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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버스’ 탄 투명인간을 기억해 [취재 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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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제규 편집국장
홍콩 현지 취재에 이어 새벽 첫차 취재까지 함께한 김영화·이명익 기자. 고 노회찬 의원이 말한 6411번 버스. 이른바 새벽 첫차 ‘노회찬 버스’를 타는 노동자들을 밀착 취재한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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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들이 행복한 세상 만드는 게 노회찬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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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2018년 9월, ‘노회찬재단 설립 제안문’에 참여한 이들은 재단의 목적이 “노회찬이 했던 정치를 ‘노회찬 정치’로 되살리는 것”이라고 적었다. “제2, 제3의 노회찬을 양성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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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적인 삶을 산다면 누구나 노회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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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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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처럼 말하고 싶다면 [사람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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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기자
노회찬이 소환되는 계절이다. 선거가 다가오자 너도나도 노회찬의 말을 인용한다. 당을 가리지 않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탈당 선언을 하면서 노회찬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