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라, 곧 돌아오마던 당신. 뒤돌아보니 사라진, 아직도 안 보이는 그대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차마 어떻게 쏘랴 했다지. 하나 된 나라를 소망하던 꿈은 죄였고, 모든 울음이 죄였다지. 집단 광기, 광풍이 휩쓸던, 70년 전 불지옥의 섬. 설레던 새색시의 밤은 붉은 바다였고, 떠나간 당신을 일 년 또 일 년 기다리던 여인들, 속삭이듯 건네던 늙은 위로. “살암시민 살아진다”던 당신들도 세상을 뜨네. 반세기 국가 공권력이 강요한 망각과 오도의 이름 제주4·3. 자욱한 섬의 트라우마는 언제쯤 걷힐 것인가. 언 땅속에 누운 자들은 말하지. 보라. 기억이 썩지 않는 한, 진실은 썩지 않는다. 우리가 증거다. 4·3 속에 인간이 인간에게 묻는 물음이, 답이 있다. 4·3은 70년을 이렇게 건너가고 있다. 산 자들의 부르튼 기억 싸움. 마침내 처연하게 아름다운 섬의 가슴에 붉은 동백 하나씩 단단하게 심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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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
두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
사진 이명익·글 한승태(작가)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나는 수능 시험에서 수학은 당시 내 나이에도 못 미치는 점수를 받았다. 한국 정치권력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두 사람의 모습은 내 수학 점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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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 4·3을 기억하는 이들, 무엇을 묻고 있나
일본 도쿄에서 4·3을 기억하는 이들, 무엇을 묻고 있나
도쿄∙이령경 편집위원
지난 6월20일 도쿄 닛포리에서 ‘제주4·3항쟁 제74주년 추도 기념 강연 및 콘서트’가 열렸다. 재일조선인 김석범 소설가를 중심으로 재일 제주인들, 한국인들과 일본 시민들이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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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75주년, “살암시난 살앗주”
제주 4·3 75주년, “살암시난 살앗주”
제주 / 글 임지영 기자·사진 이명익 기자
제주국제공항에서 제주4·3평화공원까지 차로 30여 분 걸린다. 시내를 지나는 동안 곳곳에 현수막이 보였다. ‘제주4·3 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여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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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명예교사의 첫 수업, 첫 고백
4·3 명예교사의 첫 수업, 첫 고백
제주 / 글 임지영 기자·사진 이명익 기자
“안녕하세요.” 몇 걸음 떼기도 전에 아이들이 또다시 인사를 했다. 제주 신성여자중학교 학생들이었다. 교문에서 정문까지 수차례 인사를 받는 ‘외부인’ 중에 머리가 희끗한 70대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