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 죽음의 라인을 탄다

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계약직으로 일하던 스물네 살 청년이 숨졌다. 사고 이후에도 동료들은 컨베이어벨트에 투입됐다.

9월17일 김용균씨(24)는 첫 출근을 했다. 군대를 제대한 뒤 6개월 동안 서류를 낸 끝에 붙은 곳이었다. 한국발전기술(KEPS)은 충남 태안에 위치한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였다.

총 4개조가 2교대로 24시간 돌아갔다. 입사 당일, 회사는 발전소에서 전기가 만들어지는 이론적인 과정을 칠판에 그림으로 그려 설명했다. 교육은 그게 전부였다.

12월11일 새벽, 용균씨는 컨베이어벨트를 홀로 살피는 업무를 하다 연락이 끊겼다. 5시간여 지난 새벽 3시23분, 청년은 벨트 사이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직원들은 올해에만 10차례 이상 공장 설계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번에는 용균이가 당한 거다.”

용균씨는 1년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정규직이 된다고 해도 한국서부발전(원청)이 계약해주지 않으면 다 날아가는 비정규직이나 다름없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은 모두 외주화했고, 다치는 건 협력사 직원이었다.

“큰 사고가 났지만 회사에서는 ‘힘들겠다, 며칠 쉬어라’ 말 한마디 없습니다. 우리는 내일 똑같은 라인을 또 돌아야 해요. 바뀌는 게 없을 겁니다.” 용균씨의 한 동료가 말했다.

사고 이후 한국서부발전은 자신들은 위탁을 주기 때문에 직원들을 어떻게 투입하는지까지 간섭하지 않는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모든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면 사고가 사라질까?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익과 책임의 균형을 어떻게 되찾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스물네 살 청년의 죽음이 준 숙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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