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뒤흔든 노란 조끼 시위대
  • 파리∙이유경 통신원
  • 호수 587
  • 승인 2018.12.1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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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로 프랑스에서 1600명이 체포되고, 820명이 다쳤다. 시위가 거세지자 정부가 유류세 인상 방침을 철회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프랑스에서 이제 ‘노란 조끼(Gilets jaunes:운전자들이 비상시를 대비해 차에 구비하고 다니는 형광색 안전 조끼)’는 시위의 상징이 됐다. 12월1일 전 세계 언론은 얼굴 한쪽이 부서진 마리안 조각상, 낙서가 가득한 개선문, 불에 탄 자동차, 유리창이 깨진 샹젤리제 거리의 가게 사진을 게재했다. 마르세유 시위 장소 인근에 살다, 이날 얼굴에 최루탄을 맞아 숨진 80세 여성을 비롯해 12월1일까지 세 차례 열린 노란 조끼 시위로 모두 4명이 사망했다. 내무부 공식 발표에 따르면, 그동안 시위대 1600여 명이 체포됐고, 경찰 부상자 200여 명을 포함해 약 820명이 다쳤다.
 

ⓒAFP PHOTO12월1일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국기를 흔들고 있다.

필리프 총리 “대기오염세 늘리는 좋은 선택”

이번 시위의 직접적 계기는 유류세 인상이다. 지난 9월17일 엘리자베스 보른 교통장관은 BFM TV 인터뷰에서 경유에 0.07유로, 휘발유에 0.04유로의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프랑스 가정당 연간 유류 소비액은 1700유로(약 215만원)인데, 유류세 인상이 적용되면 2022년까지는 한 가정에 연간 평균 240유로(약 3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나흘 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유류세 인상 정책을 확정하며 “소득세를 줄이고 대기오염세를 늘리는 정책이다. 정치적 선택이자 좋은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유류세 인상 비판론에 불을 지폈다. 10월23일 국회에서 사회당(PS) 소속 발레리 라보 의원은 “차를 몰아야만 하는 시골에 살거나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프랑스인들의 주머니를 터는 것과 같다”라며 비판했다. ‘4000만 운전자협회’ 대표 다니엘 크로는 인상안에 대해 “세금 지옥”이라며 “매일 아침 운전자들은 어떤 새로운 세금이 생겼는지를 확인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디젤 차량 구매를 권했다. 그래서 현재 프랑스 차의 69.75%가 디젤차다. 문제는 휘발유와 가격 차이를 둬 더 값싼 경유차를 선택하게 했던 이점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유값 전문 사이트(carbu.com) 조사에 따르면 11월 휘발유는 ℓ당 1.599유로, 경유는 1.550유로로 가격차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기름값 내 세금 비율은 휘발유 61.4%, 경유 51.4%로, 부가가치세(TVA)와 에너지소비세(TICPE)로 구성된다. 에너지소비세는 국가가 휘발유와 경유 가격 일치를 위해 사용하는 세금으로, 이번 비판의 주요 대상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9년 경유의 에너지소비세는 ℓ당 0.065유로, 휘발유는 0.029유로가 오른다.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는 대책을 내놓았다. 11월14일 총리는 경제·환경·재정·교통부 장관과 회의를 열고 유류세 인상으로 타격을 받을 저소득층 가정에 대한 보조 정책을 발표했다. 예를 들면 오래된 차를 배출가스 표시 등급(Crit’Air) 0에서 2에 해당하는 차로 바꾸면 1000에서 2000유로(약 127만~254만원) 상당의 ‘전환수당’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9월 중순까지 이미 신청서 17만 건이 제출됐고, 정부는 올해 말까지 25만 건의 전환수당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150유로(2019년에 200유로) 상당의 에너지보조금(일종의 쿠폰)을 발급하며, 카풀을 이용하면 교통비를 환급해주기로 했다.

이런 보조 정책 발표에도 여론은 싸늘하다. 프랑스 ‘국민청원’ 사이트(change.org)에서는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한 청원에 100만명이 동참했다. ‘4000만 운전자협회’는 운전사들의 주유 영수증을 항의 편지와 함께 대통령에게 보내는 캠페인도 진행했다.

노란 조끼 시위대는 총리의 대책 발표 이후 첫 토요일인 11월17일 거리로 나왔다. 이날 파리뿐 아니라 남부의 마르세유, 중북부의 루앙 등 28만7000여 명에 달하는 이들이 시위에 나섰다. 공화당 의원 에리크 시오티는 니스 세무서 앞에서 “매일 더 많은 프랑스인들에게 부과되는 세금 부담을 멈추라”며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 첫 시위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1월21일 트위터를 통해 “어떠한 폭력 장면도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전날 라디오 <Europe 1>과의 인터뷰에서 “국가를 위한 계획도 없고 이번 일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이 전부, 아무거나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시위는 유류세 인상으로 시작했지만 시위대 사이에서는 국회 해산, 대통령 퇴진 국민투표 시행 요구까지 나왔다. 11월24일 2차 시위에도 시민 약 10만6000명이 모였다. 시위는 오전 10시부터 폭력적으로 번졌고 이날만 시위자 130명이 체포됐다. 내무장관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는 시위에 극우파의 참여를 촉구한 국민연합(RN:전 FN)의 마린 르펜 의원에게 폭력 시위의 책임을 묻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경찰의 용기와 직업정신에 경의를 표한다”라는 내용의 트윗을 남겼다. 11월27일 마크롱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유류세 인상 방침을 다시 확인하는 ‘중장기 에너지 계획(PPE)’을 발표했다. 하지만 다음 날 여론조사 기관 오독사·덴츠가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발표를 지켜본 응답자들 가운데 78%가 “설득력이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응답자의 84%가 “노란 조끼 시위가 정당하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응답자 75%는 “이번 유류세 인상 정책이 불평등을 강화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내년 유럽의회 선거 대비한 눈속임” 비판도

12월1일 마크롱 대통령은 G20 정상회담이 열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급히 귀국했고, 필리프 총리는 기후변화협약(COP24) 총회 참여를 위한 폴란드행을 취소했다. 경찰 노조는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제안했다. 12월4일 국회에서 필리프 총리는 “유류세 인상의 유예(Moratoire)”를 발표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상을 6개월 미루고 그동안 방식을 바꾸는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이 발표에 대해 “눈속임에 불과하다. 내년 5월 유럽의회 의원 선거에 대비한 유예”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리베라시옹>은 12월4일 필리프 총리 발표에 대해 “노란 바다에 던져진 메시지를 담은 유리병?”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12월5일 마크롱 대통령은 유류세 인상을 철회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필리프 총리는 2019년 예산에서 유류세 인상을 제외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프랑스 ‘노란 조끼들’이 내놓는 메시지가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되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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