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으로 튀는 사립유치원 불똥
  • 이상원 기자
  • 호수 587
  • 승인 2018.12.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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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꾸려는 법안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사유재산 침해라며 반대한다. 하지만 보수층과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도 ‘박용진 3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인다.
두 달 전 열린 한 토론회의 여파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10월5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주최한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토론회’이다. 이날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 경영자 300여 명은 토론회에 난입해 ‘비리 집단으로 몰지 말라’며 항의한 바 있다. 여론의 이목이 쏠렸지만 사립유치원 문제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유총은 집회를 열고 집단 폐원 의사를 밝히는 등 조직적 반발에 나섰다. 10월23일 박용진 의원이 내놓은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하 박용진 3법)’은 야당 반발에 부딪혔다.

유치원 경영자들의 집단행동이 거세다. 11월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만5000명(한유총 추산)이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박용진 3법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모든 사립유치원이 폐원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12월3일 한유총은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협상하겠다. 내년도 신입 원아를 모집하지 않는 유치원은 한유총이 독려하겠다”라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비쳤다. 총궐기대회 뒤의 여론 역풍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도 집단 폐원이 빈말이라고만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폐원을 신청한 유치원 수가 예년에 비해 많다. 교육부에 따르면 12월3일 기준으로 전국 94개 사립유치원이 폐원을 신청했다. 2015년 68개, 2016년 60개, 2017년 71개라는 폐원 통계를 되짚어보면 추세가 심상찮다. 한유총은 ‘박용진 3법이 악법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연합뉴스‘박용진 3법’ 통과를 촉구하는 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한 활동가가 12월5일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용진 3법’ 중에도 핵심은 유아교육법이다.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꾸고, 비리가 적발된 유치원 경영자는 일정 기간 재설립을 금지하는 게 골자다. 전자회계시스템(에듀파인)으로 회계를 공시하는 조항도 들어갔다. 사립학교법에서는 설립자가 원장을 겸임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학교급식법 적용 범위에 유치원 급식도 포함하고, 급식지원금을 부당하게 쓴 원장의 실명을 공개하도록 정했다.

한유총이 강하게 반발하는 대목

법안 발의 이전부터 박용진 의원은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시사IN> 제579호 ‘누리과정 2조원 보조금이 아니라서?’ 기사 참조). 보조금이 아닌 지원금이라는 이유로, 정부 재정이 설립자 뒷주머니에 들어가도 횡령죄로 처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원금과 보조금의 가장 큰 차이는 지급 대상이다. 지원금은 교육사업 수요자인 학부모에게, 보조금은 공급자인 유치원에게 간다. 이 구분이 유명무실해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는 누리과정 지원금 22만원이 학부모가 아니라 원아가 등록된 사립유치원 계좌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용진 의원은 유아교육법 개정안에서 누리과정 ‘지원금’이라는 용어를 보조금으로 바꾸고, 학부모 직접 지원 원칙을 담은 제24조 2항에 현실을 반영한 단서조항을 넣었다. “다만, (누리과정 비용은) 유아가 유치원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 해당 유치원에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시사IN 이명익한유총 관계자들이 12월3일 사립유치원 정상화를 위한 협상단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유총이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대목 또한 여기다. 한유총 주장에 따르면 누리과정 지원금은 정부가 개입하기 이전부터 학부모에게 받던 돈이다. 원아 한 명당 누리과정 지원금 22만원은, 겉보기에는 정부에서 사립유치원으로 지원되지만 ‘추가소득’은 아니다. 윤성혜 한유총 언론홍보이사는 “이전에는 학부모에게 받았던 유치원비 45만원 중에서 22만원은 국가가, 23만원은 학부모가 분담하게 된 것뿐이다. 갑자기 ‘국가 재정이 들어가니 보조금으로 지정해 감독하겠다’는 건 부당하다”라고 말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유아 무상교육에서 ‘계약’의 당사자는 정부와 학부모다. 여기에 사립유치원을 참여시켜 재정 감시를 확대하려면 별도 계약이 필요하다. 한유총이 요구하는 대가는 ‘국가의 업무를 대리한다’는 의미를 지닌 시설사용료다. 교육부는 불가 방침을 밝혔다.

이 시점에 자유한국당이 새로운 유치원 3법 개정안을 들고 나왔다. 자유한국당은 박용진 3법에 대해 ‘사유재산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11월30일 발의된 자유한국당 개정안에는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꾸는 방안이 빠졌다. 대신 에듀파인 사용 의무화는 들어갔다.

결정적 차이는 회계 분리 여부다. 자유한국당 개정안에 따르면 사립유치원 회계는 국가지원금회계와 일반회계로 나뉜다. 국가·지자체에서 나오는 보조금과 지원금이 전자, 나머지가 후자다. 유치원 교비가 45만원이라면 누리과정 지원금 22만원을 제외한 23만원은 일반회계에 들어간다. 국가지원금회계는 교육청 단속을 받고 일반회계는 학부모가 참여하는 유치원운영위원회 자문을 받는다.

민주당은 부정적이다. 12월4일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자유한국당 개정안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투성이 개악이다. 문제투성이인 현행 회계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일반회계를 신설하면 관할 교육청의 관리·감독에서 배제되고, 자연히 부정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유다. 참여연대, 정치하는 엄마들 등 시민단체들은 12월5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용진 3법 원안 통과를 촉구했다.

보수층 응답자 63.8% “박용진 3법 필요”

박용진 의원도 같은 견해이다. 12월3일 국회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일반회계에 속하는) 학부모 부담금도 교비다. ‘교비로 명품 백을 사는 게 무슨 문제가 있나?’라는 반문이 제도적으로 보장될까 봐 우려된다”라고 말했다(22~23쪽 인터뷰 참조). 반면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사립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부분이 학부모 부담금이다. 정부 돈을 부당히 쓰는 경우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하고, 학부모 부담금은 학부모와 의논해서 자율적으로 쓰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교육위 법안소위는 두 안을 병합 심사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유총으로서는 현상 유지가 최선이다. 12월3일 기자회견에서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은 더 나아가 “우리나라 유치원들은 경쟁력이 있다. (중략) 누리과정이 좀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게 맞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립유치원이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1월13일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언급했다. 시행령의 영역에서도 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을 도입하고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적용하는 등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박용진 3법은 유치원 업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에도 후폭풍을 남길 여지가 있다. 지난 두 달간 나온 다수 여론조사 결과가 박용진 3법에 우호적이었다. 11월24일 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9.5%가 박용진 3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념 성향이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의 63.8%, 자유한국당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의 54.2%도 마찬가지였다. 국회 처리가 지연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묻자 자유한국당이라는 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선택지 가운데에는 한유총도 있었다.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은 11월29일 한유총 총궐기대회에 가서 “유치원과 학부모가 윈윈하고, 여러분들의 유치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해 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한유총 지지에 만족하기에는 너무 큰 문제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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