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재 사립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재직 중인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다. 최근 대학 본부가 강사들에게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면 강의초빙교수로 채용해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이는 강사법 발효에 대비해서 강사 비율을 줄이고 비정규직 교수 비율을 늘리려는 대학 측의 ‘꼼수’임이 분명하다. 강사법에 따라 교원 지위를 갖게 될 강사들에겐 4대 보험을 제공해야 하지만, 기존 사업장에 소속되어 있는 초빙교수나 겸임교수에게는 4대 보험 제공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학부 졸업에 필요한 총 이수학점(졸업학점)을 축소함으로써 강사 인건비를 줄이려는 시도도 관측된다. 이미 몇몇 대학이 2019년도부터 졸업학점을 대폭 축소하려 해 총학생회 차원에서도 항의에 나서고 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저자인 김민섭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지식을 만드는 곳(대학)’이 ‘햄버거를 만드는 곳(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보다도 노동자를, 인간을 존중하지 못하는 셈이다. 그라면 반드시 이 한마디를 덧붙였겠지만. “맥도날드가 착한 기업, 노동친화적인 기업이라서 그랬던 것이 아닙니다. 관련법을 지켜야만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랬던 거예요.”
사실 대학 당국이 강사를 줄이고 비정규직 교수를 늘려온 것은 벌써 10년 가까이 이어온 흐름이다. 강사법 이슈와 상관없이 대학 내 일자리의 비정규직화는 아무도 거스르기 힘든 시대적 흐름이 되었다. 진즉에 한국 사회를 덮친 비정규직화의 파도가 대학에는, 아니 대학이라서 그나마 조금 늦게 도달한 것뿐일지도 모른다.
진짜 문제는 강사법 자체가 아니라, 강사법을 빌미로 지난 10여 년간 지속되어오던 대학 내 일자리의 비정규직화를 가속시키려는 대학 당국의 반노동, 친자본적 대응에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비정규직 보호법과 마찬가지로, 강사법과 관련해서도 약자를 보호한다는 법안의 원래 취지에 반하는 현상이 현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강사법의 입안 취지가 2010년 故 서정민 강사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함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강사법을 둘러싼 최근 이슈가 너무나 씁쓸하다.
강사법을 둘러싼 ‘가짜 불안’은 없다
어쩌면 강사법은 ‘학문장’의 신자유주의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는 작은 바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강사법이 발효된다고 해서 학문장과 대학 사회 문제들이 일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립학교법 개정을 포함해 여전히 수많은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최근에 합의된 강사법 개정안과 이를 둘러싼 논쟁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0여 년간 급격히 진행된 학문장과 대학 사회의 신자유주의화는 대학 구성원들을 파편화·원자화했다. 학문장과 대학 구성원들이 총체로서의 학문장을, 대학을 상상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종합대학(University)’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도, 지금 대학에는 ‘Universitas(공동체)’가 없다. 하지만 강사법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주체들의 다양한 발언은, 비록 각자의 이해관계에 기반하고 있을지라도, 대학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질문과 상상을 담고 있다. 대학이란 무엇인가? 대학은 어떤 곳이어야만 하는가? 대학의 구성원인 나는 왜 불안한가? 대학의 어떤 점이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가?
강사법을 둘러싼 ‘가짜 불안’은 없다. 강사법 입법 및 시행을 앞두고 대학 사회에 불안감이 팽배하다는 사실 자체가 대학을 지탱하는 토대의 불안함을 방증한다. 강사법에 대한 단순한 찬반 토론을 넘어, 저 불안함의 근원까지 함께 이야기하면 좋겠다. 강사법은 달성 자체로 완결되는 목표가 아니라, 새로운 대학과 학문공동체를 구성하는 계기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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