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이 생겼다. 밤을 뜬눈으로 새우고, 다음 날 겨우 눈을 붙인다. 불면증 원인을 자가 진단해보면, 〈시사IN〉 정기 구독자 감소도 원인 중 하나다. 편집국장이 당연직 이사를 겸직하고 있어서, 매주 구독자 추이를 보고받고 사인을 한다. 조금 전 사인한 구독자 추이 서류에서도 마이너스였다.
불면증에 시달리다 겨우 눈을 붙였는데 선잠을 빼앗는 기자가 있다. 이종태 기자도 그중 한 명이다. 동병상련. 이 기자 역시 만성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아예 마감이 다가오면 ‘올빼미족’이 된다. 새벽에 기사를 쓴다. 기사를 쓰는 것까지는 좋은데, 기사를 메일로 보냈다고 꼭 문자를 남긴다. 그것도 새벽에.
이번 주에도 잠이 들락 말락 한 새벽 3시에 띵~동, ‘기사 하나 더 송고’라는 문자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편집국에서 ‘경제 전문가’로 통하는 이종태 기자는 넓게 보고, 멀리 보고, 달리 본다. 삼성 등 대기업 문제나 상층 노동자와 하층 노동자 간의 격차, 심지어 북한 경제까지 진보적이면서도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한다.
후배 기자 몇몇은 그와 함께 공부 모임을 하기도 했다. 이종태 기자에게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경제 기사를 쉽게 쓰려고 애쓴다. 그는 마감을 한 뒤 교열기자나 편집기자를 찾아가 항상 묻는다. “혹시 기사가 어렵지 않았나요?” 이번에도 마감을 하고 내 밤잠을 빼앗고 본인은 늘어지게 한숨 푹 잔 뒤 전화로 물었다. “기사 어렵지 않았어?”
이 기자는 4쪽짜리 기사를 쉽게 쓰기 위해 영어 원문 자료를 포함해 400쪽 가까운 자료를 섭렵하는 스타일이다. 이번 커버스토리 기사에서도 그는 미·중 무역전쟁을 넓게, 멀리, 그리고 달리 보았다. 이단아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무역전쟁이 발발한 게 아니라 미국 내 반중 연합,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 차이메리카 해체 등을 건드렸다. 이번 기획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남문희 기자는 북핵 해법을 둘러싼 미·중 힘겨루기 기획을 준비 중이다.
불면증이 가실 만한 소식도 들려왔다. ‘2018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 연사로 나서는 기무라 히데아키 일본 〈와세다 크로니클〉 기자가 장문의 메일을 보내왔다. ‘2년 전 〈시사IN〉 사무실을 방문했고 창간 과정을 들었다. 언론 자유에 대한 〈시사IN〉의 경험과 정신에 감명했고 지금 〈와세다 크로니클〉을 만든 자산이 되었다.’
그는 자신이 받게 될 강연료를 〈시사IN〉에 기부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야기를 듣고 우리 쪽에서 ‘역제안’을 했다. ‘당신의 강연료를 〈와세다 크로니클〉에 기부하겠다.’ 얼마 뒤 그가 답장을 보내왔다.
‘한·일 양국의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데 쓰겠다. 기자로서 연대에 정말 고맙다.’ 기무라 히데아키 기자와 주고받은 메일이 〈시사IN〉 창간 초심을 돌아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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