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세종시 수정안 물밑 작업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이던 2007년 11월28일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인 세종시가 건설되고 있는 충남 지역을 방문해 이렇게 말한다. “일부에서 이명박이 대통령 되면 행복도시를 안 할 거라고 오해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 대통령이 되면 행복도시 건설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예정대로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11월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겠다며 공식 사과했다. 〈시사IN〉이 입수한 영포빌딩 이명박 청와대 문건을 보면,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추진은 이보다 훨씬 빨랐다. 집권 직후부터 비공개 조직을 꾸려 세종시 수정안 물밑 작업을 벌였다.

2008년 8월11일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 산하 국책과제비서관실이 작성한 ‘행복도시 관련 쟁점 사항 보고’ 문건을 보자. 당시는 ‘정부기관 이전계획 변경 고시’가 논란이 되던 시기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2008년 2월 정부 조직이 개편되면서 세종시로 이전할 정부 부처 조직과 이름이 바뀌었다. 통상이라면 변경 사항을 즉시 관보에 고시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기약 없이 고시를 미뤘다.

문건은 구체적 발표 시기를 검토하는데, “금년(2008년) 하반기 발표 시 공기업 선진화, 수도권 규제완화 등 여타 추진되고 있는 과제 등과 맞물려 갈등 관리가 어려움”을 이유로 2009년 1분기를 발표 시기로 정한다. 단, 대안은 “정치적 상황과 행정기관 이전에 대한 충청권의 집착 등을 고려해 deal(거래)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묶어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적혀 있다. “따라서 deal 전까지 이전과 관련한 어떠한 사업 확정·발표도 불가”하다. 세종시 관련 문제 제기는 “공기업 선진화 등이 마무리되는 10월 이후 전문가 기고 등을 통한 여론 조성에 착수”하며, “정부 차원의 입장 표명은 이상의 선행 작업 등을 통해 여건이 성숙된 이후에 추진”한다.

문건은 세종시 수정안 추진이 “지방을 자극할 수 있는 초민감 사안인 만큼 향후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BH 내 비공식 TF를 운영”한다고 적는다. 문건에 따르면 TF는 국책과제·국토해양·정무·행정자치비서관 및 균형위원회 기획단장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세종시는 2007년 7월에 이미 첫 삽을 뜬 사업이었다. 2008년 9월10일 국책과제비서관실이 작성한 ‘행복도시 후속조치 검토’를 보면, 정부청사 1단계 1구간 착공과 관련해 “조달청의 시공업체 선정(약 90일 소요)·계약 등”을 활용해 “절차를 조정하여 착공을 최대한 지연(행안부)”한다고 되어 있다. “착공식은 생략하여 지역민들의 과도한 기대심리를 차단.” “이미 공사 중인 부분은 설계 변경 가능성을 고려해 일정을 최대한 유동적으로 조정.”

대선 후보 시절 세종시 원안 추진을 약속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집권 2년차인 2009년 11월에야 세종시 수정안 추진을 주권자 앞에 직접 밝혔다. 하지만 박근혜 당시 의원은 “정치는 신뢰다”라며 반기를 들었다. 연이어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참패하며 세종시 수정안은 동력을 잃었다. 결국 국회 국토위원회와 본회의에서 부결돼 ‘이명박 대통령의 본심’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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