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대운하 추진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 공약은 ‘한반도 대운하’였다. 하지만 지지층에서도 대운하 공약에 대한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6월19일 특별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반대한다면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명박 청와대는 ‘대운하 프로젝트’를 회복시킬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시사IN〉이 입수한 영포빌딩 이명박 청와대 문건에 따르면, 2008년 9월부터 12월 사이 청와대는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대운하 프로젝트에 대비했다.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해외 사례를 살폈으며, 경제정책을 논할 때에도 ‘대운하’라는 키워드를 공공연하게 꺼내들었다.

2008년 9월8일 정무수석실은 ‘주간 정국분석 및 전망’이라는 문건을 제출한다. 이 문건은 당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여당 의원이 대운하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이에 대한 청와대 대응 방침을 설명한다. “현시점에서 대운하 이슈 재부각은 악재가 될 소지가 큼”이라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만 “경기침체 장기화, 경기부양 필요성 증대 등 상황을 지켜보며 대운하 수혜 지역(자치단체)과 민간의 강력한 요청 등을 기다려 자연스럽게 촉발될 타이밍을 기다려야”라는 정무적 전략을 제시했다.

정무수석실이 2008년 10월에서 12월 사이에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운하 관련 지역별 여론 동향 및 추진 전략’ 문건에는 이런 표현이 등장한다. “낙동강·영산강 정비는 ‘운하’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고 정부의 통상적인 치수·방제 사업의 일환으로 준비작업 돌입”하자고 한다.

2008년 10월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향후 경제 전망과 대응책’ 문건에는 “과감한 규제 완화와 내수 진작을 통하여 일자리 제공과 소비 촉진”을 하기 위해 “한반도 대운하, 새만금 개발, 남해안 개발, 호남고속철 등 가시적으로 성과가 나타날 수 있는 대형 국책사업을 조기 착공”하자고 제안한다.

정무수석실 역시 대운하에 대한 보고를 꾸준히 이어갔다. 2008년 11월10일에 작성한 ‘주간 정국분석 및 전망’ 문서에는 “대운하는 논쟁 소지가 적은 사업부터 내실 있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여 국민적 공감대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효”하다고 설명한다.

이 문건은 훗날 추진된 ‘4대강 사업’이 사실상 ‘한반도 대운하’의 연장선상에 있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낙동강·영산강 정비는 ‘운하’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고 정부의 통상적인 치수·방제 사업의 일환으로 준비작업 돌입”하자고 한다. 결국 포항 동빈내항 운하, 경인운하 등으로 운하 사업에 대한 여론을 끌어올리되, 낙동강·영산강 정비 사업은 치수 사업인 척 준비하다 훗날 운하로 탈바꿈시키자는 전략이다. 같은 해 12월에 발표한 ‘4대강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의 포석이었음을 뒷받침하는 문건이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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