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MB 비방 플래시 게임, 청와대가 직접 규제에 나섰다
  • 김은지·김동인·전혜원 기자
  • 호수 582
  • 승인 2018.11.0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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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초기에 ‘광우병 촛불’로 정권이 흔들거렸다. MB를 주인공으로 한 패러디 게임도 여럿 등장했다. 이명박 청와대는 이들 온라인게임물 유포 대책을 검토했다.

2008년 6월 ‘광우병 촛불’은 온라인상에서 수많은 패러디물을 낳았다. 일부 누리꾼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을 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패러디 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대부분은 당시 유행했던 플래시(Flash:어도비 사에서 만든 벡터 이미지 기반 애니메이션 저작 도구)로 만든 조악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당시 이명박 정부 청와대는 이런 플래시 게임물조차 사찰하고, 제재 여부를 모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IN>이 입수한 ‘영포빌딩 이명박 청와대 문건’ 가운데 2008년 10월21일 국정기획수석실이 작성한 ‘대통령 서면 보고서’를 보자. 제목은 ‘VIP 비방 온라인게임물 유포 대책 검토 보고’이다. 보고자는 당시 양유석 방송통신비서관. 이 문건에는 “최근 VIP 및 정부 정책에 대한 비방 등을 내용으로 한 플래시 게임 형태의 게임물이 유포되고 있어 이와 관련된 경과 및 조치사항을 보고함”이라고 적혀 있다.

2008년 6월 ‘광우병 촛불’ 이후에 등장한 ‘연체 게임’(위).
방심위는 이 게임을 비롯해 10종류의 ‘MB 게임’에 대해 삭제 여부를 검토했다.

 

보고서는 본문과 참조로 나뉘어 있다. 본문에는 상세 대응책이 담겨 있고, 참조에는 감시·제재 대상이 된 게임에 대한 설명과 게임 화면 캡처 이미지가 정리되어 있다. 가령 ‘명박총독산성’ 게임에 대해 “쥐·소·산성에 총을 쏴서 점수를 받고, 이명박 대통령을 패러디한 히틀러 동상을 부수면 이기는 게임”이라고 설명한다. 이 게임이 “통상 애니메이션 효과 수준”이라는 참고 내용도 적혀 있다. 이명박 청와대도 대통령 비난 게임물이 ‘웹 콘텐츠’에 가깝다는 것을 인지했던 셈이다. 그런데도 이 플래시 게임에 대응하기 위해 이명박 청와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와 게임물등급위원회(게임물관리위원회의 전신, 이하 게임위)를 동원한다.

 

방심위는 보고서에 명시된 게임 10종의 불법성을 판단하기 위해 2008년 10월20일 제45차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었다. 문건에는 당시 심의에 대해 “(심의 대상 가운데) 5종류가 VIP 비방 정도가 심하여 삭제토록 의결”했다고 적혀 있다. ‘쥐잡기 게임’ ‘연체 게임’ ‘광우병소 키우기’ ‘쥐와 미친소 잡기’ ‘이명박 두더지 게임’ 등 나머지 5종은 증거 불충분 결과가 나왔다(상세한 심의 내용이 담겨 있을 ‘2008년 제45차 통신심의소위’ 회의록은 현재 방심위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없는 상태다).

포털에는 ‘삭제 협조 공문’ 발송

게임위를 통해서도 “미등급/등급 위반 불법 게임물은 삭제 등 시정권고·행정명령(경찰청 수사 의뢰, 방심위에 차단 의뢰) 조치 가능”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보고서에는 게임위가 “2008년 10월17일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에 삭제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라는 내용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는 자신들의 모니터링이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보고서의 ‘고려 사항’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다만 비판·비난 내용만으로는 단속하기가 쉽지 않고, 표현의 자유 억제라는 비난을 받지 않도록 지혜롭게 대응 필요.” 또 보고서에는 형사처벌과 관련해 “형법상 모욕죄(친고죄),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명예훼손죄(반의사불벌죄)에 따른 형사처벌은 신중한 접근 필요”라고 적혀 있다. 이는 누리꾼에 대한 ‘관용’을 드러낸 것은 아닌 걸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고소해야(친고죄) 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조항(반의사불벌죄) 때문에, 형사처벌이 자칫 이 대통령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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