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저널리즘이다
  • 고제규 편집국장
  • 호수 582
  • 승인 2018.11.0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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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하고 싶다는 문자를 보낸 지 한참 뒤에야 전화가 왔다. “형님, 박상규입니다.” 얼굴만큼이나 말도 ‘조폭’스러웠다. 통화 전 그와 딱 한 번 만난 적 있다. 그런데도 박 기자는 “형님”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썼다. 진실탐사 그룹 <셜록> 박상규 기자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두 음계 높은 ‘시’ 톤이었다. “아휴, 방송사도 찾아가고 시민단체도 갔는데 같이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다 했죠.” 자랑할 자격, 충분하다. <셜록>과 <뉴스타파>가 공동 취재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폭행과 엽기 행각 보도의 파장이 크다.

배가 아파 한마디 던졌다. “박 기자, <시사IN>과 공동 취재하지.” “형님! 제보자들이 방송사를 원해서요.” ‘능구렁이 박상규’의 밝은 목소리에 내가 다 기분이좋았다. 지난 9월 그와 홍어를 앞에 두고 막걸리잔을 부딪쳤다. 그때 박 기자는 “이제야 겨우 한숨을 돌렸습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오마이뉴스> 기자를 그만두고 만든 <셜록>은 냉혹한 현실 앞에 주저앉을 뻔했다. 후원금이 계획대로 모이지 않아 접을 뻔한 적이 있다고 했다. 9월에야 겨우 문 닫을 위기를 벗어날 만큼 후원 회원들이 모였다고. “힘내”라며 술잔을 부딪쳤지만 남 걱정할 처지가 아니었다.

2017년 5월10일 그날 이후 <시사IN>도 구독자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정권이 바뀌고 세상은 조금씩 따뜻해졌지만 <시사IN>에는 그때부터 찬바람이 불었다. 지금도 거세다. <시사IN>이 사라져도 될 만큼 세상은 나아졌을까? 정권‘만’ 바뀌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양진호들’이 아직 많다. 그를 비호한 검찰과 법원 등 법조 권력의 개혁도 더디다.

<시사IN>은 이번 호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거대한 권력 청와대를 들여다 보았다. 검찰이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하며 압수한 이명박 청와대 문건 400여 건을 입수했다. A4 용지로 2500장 분량이다. 최고 권력자의 의중에 따라 민주주의 시스템이 얼마나 허약하게 망가질 수 있는지 생생하게 담았다.

문제는 다시 저널리즘이다. 진짜 뉴스가 민주주의를 살린다. 진짜 뉴스는 독자가 만든다. 진짜 뉴스는 사회가 만든다. ‘탐사보도와 아시아 민주주의’ 취재에 나선 <시사IN> 기자들의 결론이다. 지난해에 이어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SJC 2018)를 연다. 박상규 기자도 연사로 나선다. ‘MB 프로젝트’를 보도한 주진우 기자를 비롯해 <관저의 100시간>을 쓴 기무라 히데아키 일본 <와세다 크로니클> 대표, 크리스 영 홍콩기자협회장 등이 연사로 나선다. 매년 <시사IN>이 실시하는 신뢰도 조사에서 한 번도 빠짐없이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꼽히는 손석희 JTBC 사장이 기조 발제를 한다. 12월4일 민주주의와 언론을 고민하는 독자들과 함께 저널리즘의 진짜 의미를 되새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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